마라도나 신의손→베컴 퇴장→메시의 역전극까지... 아르헨티나, 또 남색 유니폼 입고 잉글랜드 울렸다

이원희 기자
2026.07.16 08:19
아르헨티나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잉글랜드를 2-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리오넬 메시가 후반 막판 2도움을 기록하며 역전승을 이끌었고, 아르헨티나는 두 대회 연속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이번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전 승리의 상징인 남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했다.
4강전 승리에 기뻐하는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
고 디에고 마라도나(오른쪽). /AFPBBNews=뉴스1

아르헨티나가 또다시 '행운의 남색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를 울렸다. 1986년에는 디에고 마라도나, 1998년에는 데이비드 베컴의 퇴장 장면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극적인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아르헨티나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2-1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우승을 차지했던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월드컵 2연패와 통산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메시도 사실상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을 완벽하게 마무리할 기회를 잡았다. 메시는 직전 카타르 대회에서 오랜 숙원이었던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을 이뤄냈다. 이번 대회에서도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끌며 개인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눈앞에 뒀다.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결승 상대는 스페인이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또 다른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꺾고 16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스페인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노린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의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은 오는 20일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번 경기에서도 메시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아르헨티나가 0-1로 뒤진 후반 막판에만 2도움을 몰아치며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10분 앤서니 고든(바르셀로나)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동점골을 위해 공세를 퍼부었다. 수많은 슈팅에도 좀처럼 잉글랜드 골문을 열지 못했지만, 후반 40분 마침내 결실을 봤다. 메시가 건넨 패스를 받은 엔조 페르난데스(첼시)가 강력한 슈팅으로 잉글랜드 골망을 흔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를 이어간 아르헨티나는 후반 추가시간 2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밀란)의 역전골까지 터졌다. 이번에도 출발점은 메시였다. 메시는 익숙한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절묘한 패스를 건넸고, 마르티네스가 이를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치열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르헨티나의 승리 세리머니. /AFPBBNews=뉴스1
종료 휘슬이 울리자 리오넬 메시가 포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공교롭게도 이날 아르헨티나는 상징적인 하늘색·흰색 줄무늬 홈 유니폼이 아닌 짙은 남색 원정 유니폼을 입었다. 잉글랜드전에서 아르헨티나의 남색 유니폼은 승리를 가져다주는 '행운의 부적'으로 여겨진다. 아르헨티나는 월드컵에서 남색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와 맞붙은 세 차례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로이터통신은 "아르헨티나의 짙은 남색 유니폼은 단순한 원정 유니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월드컵의 기억들이 새겨진 유니폼이자, 어쩌면 약간의 행운까지 담긴 상징"이라고 소개했다.

남색 유니폼의 전설은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축구선수 마라도나가 '신의 손' 골을 터뜨린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시작됐다. 아르헨티나는 당시 대회 8강에서 잉글랜드와 맞붙었다. 남색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마라도나는 손을 이용해 공을 골문 안으로 밀어 넣은 이른바 '신의 손' 골을 터뜨렸다. 이어 하프라인 부근부터 잉글랜드 수비수들과 골키퍼를 연이어 제친 뒤 득점에 성공하는 명장면까지 남겼다.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의 두 골을 앞세워 잉글랜드를 2-1로 꺾었다. 이후 결승까지 올라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1986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전에서 활약하는 고 디에고 마라도나. /AFPBBNews=뉴스1
1998 프랑스 월드컵 아르헨티나-잉글랜드 경기에서 나온 데이비드 베컴(오른쪽)의 퇴장 장면. /AFPBBNews=뉴스1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남색 유니폼은 아르헨티나에 승리를 가져다줬다. 아르헨티나는 대회 16강에서 잉글랜드와 맞붙었다. 당시 잉글랜드의 핵심 선수였던 베컴은 디에고 시메오네와 충돌한 뒤 넘어진 상태에서 보복성 발길질을 해 퇴장당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도 아르헨티나는 남색 유니폼을 입고 또 한 번 잉글랜드를 무너뜨렸다.

놀랍게도 반대 사례도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2 한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베컴에게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주며 잉글랜드에 0-1로 패했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는 '행운의 남색'이 아닌 전통적인 하늘색·흰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를 의식한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북중미월드컵 4강에서 남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싶다고 FIFA에 요청했다. FIFA도 이를 승인했다. 앞서 스페인 아스는 아르헨티나의 남색 유니폼 요청과 관련해 "1986년과 1998년 잉글랜드전 승리의 상징성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아르헨티나가 착용한 남색 유니폼에는 검은색 바탕 위로 소용돌이치는 푸른색의 '필레테아도' 문양이 적용됐다. 아르헨티나 고유의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다. 필레테아도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전통적인 장식 미술 및 문자 양식이다. 화려한 색상과 유려한 꽃무늬, 입체적인 음영, 장식성이 강한 고딕체가 특징이다.

기뻐하는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
고개를 숙인 잉글랜드 존 스톤스. /AFPBBNews=뉴스1

사실 경기 전부터 아르헨티나의 남색 유니폼은 화제를 모았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은 준결승을 앞두고 아르헨티나가 남색 유니폼을 선택한 것에 대해 "미신과 관련된 것이라면 나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나는 그런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도 미신과 관련된 루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말하지 않겠다. 또 다른 미신에 따르면 그것을 말하는 순간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농담했다.

그러면서 "하루 동안 평정심을 유지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루틴이 있다. 그런 부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에게도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물건들이 있다. 이런 것은 최고 수준의 스포츠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은 남색 유니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스칼로니 감독은 "나는 남색 유니폼을 요청하지 않았다. 누가 요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전통 때문일 것"이라며 "투헬 감독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아르헨티나의 골 세리머니.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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