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속에도 한줄기 희망을 발견했다. 윤도현(23·KIA 타이거즈)이 사령탑의 조언대로 상대 투수들을 공략하며 반전 활약을 펼쳤다.
윤도현은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9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솔로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크고 작은 부상과 부진 등으로 네 차례나 2군행 통보를 받았던 윤도현은 후반기 시작 후 21일 광주 홈 시리즈에 맞춰 다시 콜업됐다.
첫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윤도현은 이날 선발 기회를 잡았다. 김선빈이 다리에 불편 증세를 나타내며 휴식을 주기로 했고 그 자리를 윤도현이 대체하게 된 것이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경기 전 이범호 감독은 "(윤)도현이 컨디션 체크도 해보려고 한다. 선빈이가 안 좋을 땐 도현이가 나가주면 (좋을 것 같다)"이라며 "내야 수비나 공격력, 총체적으로 봤을 때 더 잘해줘야 하는 시기이기도 해서 먼저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결정이었다.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윤도현은 빼어난 잠재력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주전급으로 쉽게 성장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퓨처스리그에선 20경기 타율 0.293 3홈런 9타점 19득점, 출루율 0.365, 장타율 0.467, OPS(출루율+장타율) 0.832로 활약했으나 1군에선 20경기 타율 0.159(44타수 7안타)에 그쳤다.
스스로 깨우쳐 한 단계 더 스텝업을 해야 할 시기다. 전날도 이 감독은 "본인이 더 잘 알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발로 나갈 때도 있지만 뒤에서 나가더라도 준비를 잘 했으면 좋겠다. 타석에 많이 나갈 수 없어도 그에 맞게 잘 준비해줘야 한다"며 "경기를 길게 나갈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내야수가 빡빡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힘을 보태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고전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짚었다. 이 감독은 "윤도현이라는 선수를 다른 팀에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본인 생각만 한다. 스스로 치고자 하는 공만 생각하다보니 실수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며 "상대가 못 치는 공을 주고, 이걸 잘 참아내야 칠 수 있는 공이 온다. 그걸 잘 해낸다면 갖고 있는 능력 자체는 충분히 좋다. 상대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인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어놓으면 칠 수 있는 공이 올 때 기회가 온다. 본인 생각 반대로만 하면 충분히 능력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감독의 조언이 제대로 적중한 경기였다. 윤도현은 3회말 화이트의 전매특허 스위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화이트는 3구 모두 스위퍼를 던졌다. 철저히 바깥쪽 승부였다. 화이트 상대 경험이 없던 윤도현은 1구에 파울, 2구에 헛스윙을 하더니 3구 존 바깥쪽으로 휘어져나가는 공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두 번 당하진 않았다. 상대가 윤도현이 취약하다고 판단한 스위퍼를 보란 듯이 공략해냈다. 5회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오른 윤도현은 1,2구 허를 찌른 투심 패스트볼을 지켜보며 0-2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지만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7구 화이트가 선택한 공은 낮게 떨어지는 스위퍼. 그러나 이번엔 좌익수 앞으로 향하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8회 선두 타자로 등장한 윤도현은 화이트가 내려가고 공을 넘겨 받은 조동욱을 상대로도 재미를 봤다. 볼카운트 1-1에서 포크볼이 존 상단으로 날아들었고 윤도현은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좌익수 뒤로 한참을 향하더니 비거리 120m 대형 홈런이 됐다.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
더불어 올 시즌 첫 멀티히트까지 작성했다. 팀은 3-7로 패했지만 김선빈을 벤치에 앉혀두고 펼친 경기에서 윤도현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쳤다는 건 꽤나 큰 의미가 있었다.
윤도현은 국군체육부대(상무) 체력테스트를 거쳤고 최종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1군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하자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인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잔여 시즌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합격할 경우에도 상무 입대 전 자신감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팀에 남게 된다면 가을야구에 힘을 보태고 내년 시즌 본격적인 주전 경쟁에 불씨를 당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