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농구에서 무려 10시즌을 보낸 '우승 캡틴' 최준용(32·부산 KCC)이 보장된 부와 명예를 모두 뒤로하고 미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최준용은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유의 당찬 어조로 거침없이 미국 진출 이유와 포부를 솔직히 털어놨다.
이날 최준용은 "많은 소문이 있었던 걸로 안다"며 "미국 농구에 도전하겠다. 이 자리에서 밝히는 게 한국농구에 대한 예의이자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016년 KBL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서울SK에 입단한 최준용은 2023~2024부터 KCC에서 활약하며 통산 329경기에 출전, 평균 11.4득점 6.1리바운드 3.3어시스트 1.1블록슛을 기록하며 올스타 선정 6회,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정규리그 MVP를 거머쥐는 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포워드로 인정받았다.
특히 최준용은 플레이오프 41경기에서 14.4득점 5.5리바운드 3.3어시스트, 챔피언결정전 21경기에서 14.5득점 5.4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큰 무대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강심장으로 통한다.
- 오늘 기자회견을 직접 마련하고 미국 도전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소문으로 접하셨겠지만 제 입으로 공식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한국농구와 KBL, 국가대표팀, 팬들, 그리고 취재진에 대한 예의이자 도리라고 생각했다. 미국 도전은 사실 중·고등학교, 초등학교 때부터 항상 품어온 꿈이었다. 미디어에도 몇 번 이야기를 했지만 매일 꿈만 꿨고 본능적으로 도전하기 무섭기도 했다."
"일기장이나 훈련 일지에 '연세대 가자', 'NBA 가자', '국가대표가 되자'는 많이 썼지만 정작 플레이오프 우승을 쓰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우승도 많이 하고 커리어를 쌓았지만 항상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았다. 남들이 보기엔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사는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정작 가장 하고 싶은 도전을 하지 못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 질문해도 후회가 커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 내려놓고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나서게 됐다. 넷플릭스 영화 허슬 처럼 최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도전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
- 주변이나 부모님, KCC 구단의 반대는 없었나.
"부모님도 처음엔 이루어 놓은 것과 번 돈을 다 내려놓고 가느냐며 아쉬워하셨다. 평소 농구 이야기를 안 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나 미국 간다, 말리지 마라' 했더니 '언젠가 갈 줄은 알았지만 지금일 줄은 몰랐다'면서 '이왕 가는 거 최대한 늦게 오라'고 응원해 주셨다."
"KCC 단장님도 처음엔 나이와 상황을 고려해 말리셨다. 단장님과 언성이 높아질 정도로 다투기도 하고 어린애처럼 떼쓰며 울려고도 했다. 하지만 단장님께서 '네 눈빛을 보니 어차피 못 말릴 줄 알았다. 팀에서 제일 필요한 선수를 지키는 게 내 역할이라 말린 거다. 실컷 도전하고 오라'며 허락해 주셨다. 하루빨리 돌아오라며 살짝 실패했으면 좋겠다고 농담도 하셨다."
-우승 후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에 결단을 내렸다. 구체적인 계기와 선수단 반응은 어땠나.
"우승하고 가장 기뻐해야 할 때 마음 한구석에서 '왜 나는 남들처럼 온전히 행복하지 않지?'라는 질문이 생겼다. SK 시절부터 우승도 하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이걸 지키고 싶은 마음에 본능적으로 용기를 내지 못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진짜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선수들에게는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았다. 해외에 먼저 나간 송교창에게 가장 먼저 말했는데 '역시 형은 다르다'며 존중해 줬다. 허웅은 아쉬운 마음에 '올 초까지 안 돌아오면 죽여버린다'며 욕을 하기도 했다. KCC 팀 입장에서 내가 떠나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미안함이 크다. 더 성숙하고 농구 잘하는 멋진 사람이 되어 돌아오겠다."
-현재 미국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일정은 어떻게 되나.
"8월 1일 저녁 출국한다. 최근 무릎 수술을 받아서 넘어가자마자 2주 정도 재활과 몸 만들기에 집중하고, 8월 말쯤 풀 컨디션을 올릴 계획이다. 에이전트 측에 따르면 G리그 사장님이 저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준비해서 8월 말부터 '한국인도 농구를 잘한다'는 것을 광고하고 오겠다. 에이전트에게 자세한 질문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듣고 기대하다 보면 원하는 게 생길까 봐 오직 실력을 보여주러 간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미국 무대에서 상상하는 최종 목표나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도전이란 꿈을 크게 갖는 것이다. 첫 번째 최종 꿈은 당연히 미국에서 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돌아올 때 NBA 유니폼을 입고 귀국하는 것이다. 한국 농구장에서 보여준 쇼맨십과 내 플레이가 미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상상을 늘 한다. 그 상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나가는 것이다. 300억 원을 벌고 돌아오든, 맨땅에 헤딩했다가 두개골이 깨져서 돌아오든 도전 자체로 나에게는 모두 성공이다. 실패는 없다."
-미국 무대를 경험한 이대성, 이현중 선수가 어떤 조언을 해주었나. 순수 국내파로서 영어 소통은 문제없는가.
"두 선수가 내 인생에 가장 큰 힘이 됐다. 본인들의 꿈이자 나의 꿈을 이룬 멋진 선수들이다. '형은 가면 무조건 잘할 것'이라고 용기를 줬고 어제도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
"G리그에 가더라도 방출은 안 당하겠다. 안 뽑히면 이대성 형이 엄청 놀릴 것 같다. 영어는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나보다 영어 잘하는 사람보다 대화는 더 잘한다.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눈빛으로 영어 소통을 하고 있다. 영어 걱정은 전혀 안 한다."
-정해진 팀 없이 떠나는 상황이라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할 것 같다.
"도전을 결심하기 전에는 지켜야 할 것들 때문에 두려움이 있었지만, 막상 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두려움은 다 사라지고 엄청 설레기만 한다. 두려움은 없다."
-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있나.
"수술 후 재활 중이라 당장 집합해서 치르는 평가전 등은 못 뛰는 상황이었다. 아시안게임은 너무나 뛰고 싶어서 협회와 따로 통화를 했다. 평가전이나 예선 창구에 참여하지 못해 형평성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협회 측에서도 '충분히 증명된 선수라 그런 우려는 크지 않다'고 해주셨다. 미국에서 훈련하며 몸을 잘 만들고 있을 때 불러주신다면 팬들과 후배들, 나 자신을 위해 기꺼이 태극마크를 달고 뛸 의향이 있다."
-해외 진출 얘기가 나올 때 일본 프로농구 제안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일본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고민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에 가서 우승하고 MVP를 받더라도 이번 KCC 우승 때처럼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제일 농구 잘하는 나라에 가서 부딪히는 게 목표였기에 미국행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NBA나 G리그 경기를 직접 봤을 텐데, 스스로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저 자리에 들어가면 겉돌거나 티 나지 않고, 잘할 것 같다는 상상을 많이 했다. 다른 선수들도 이런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증명할 자신은 충분히 있는데, 그곳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그걸 도전하러 가는 것이다. 가는 과정이 힘들 뿐이지, 일단 가기만 하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 한국 선수가 NBA에 가서 잘 해내고 하면 얼마나 재밌겠나."
-NBA나 G리그에서 롤모델로 삼는 선수가 있나.
"NBA 마크를 달고 뛰는 모든 선수들이 롤모델이다. 제 농구 스타일이 어느 선수와 맞는지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그냥 내 플레이를 하면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도전에서 스스로에게 꼭 증명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상상만 한 느낌일 수 있겠지만 정말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G리그든 NBA든 그 무대의 유니폼을 입는 것이다. 그게 제 가장 큰 목표이자 진짜 꿈이다."
- KCC 소속으로 임의탈퇴 없이 도전하는 것인가. 최악의 경우 공백기에 대한 부분도 인지하고 있는지.
"당연히 G리그와 NBA 유니폼을 입는 것이 꿈이기 때문에 그걸 하러 가는 것이다. 임의탈퇴를 하고 가든 안 하고 가든 그것은 구단의 선택이고,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 말 그대로 진짜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