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 선언' 홍명보, 맹비판 속 청문회 나서는데... "유기 동물 봉사 가야 해", "몸 안 좋아" 비겁한 韓 축구 수장들

박건도 기자
2026.07.30 05:01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추가 채택된 참고인들이 유기 동물 봉사와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연이어 불참을 선언했다. 서강일 전북축구협회장 등 시·도 축구협회장 3명은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며,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또한 해외 구단 취업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반면 홍명보 전 감독은 청문회에 참석해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직접 소명하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며 퇴진한 축구대표팀 홍명보 전 감독이 조현우, 이강인, 김민재 등 선수들과 함께 30일 오전 인천공항 제2청사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대한축구협회의 졸속 행정과 파행을 파헤치기 위해 마련된 국회 청문회가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추가로 채택된 참고인들이 황당한 이유를 대며 연이어 불참을 선언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를 앞두고 서강일 전북특별자치도축구협회장, 박성완 충청남도축구협회장, 백현식 부산광역시축구협회장, 김병철 전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장, 박지영 전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 등 5명을 참고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한국 축구 수장들은 연이어 청문회 자리를 피했다. 박지성 K-축구 혁신위원장과 이영표 K-축구 혁신위원을 저격했던 서강일 전북축구협회장마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자리를 피했다.

증인이 아닌 참고인이라 출석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질 만하다. 앞서 서강일 회장은 KBS와 인터뷰에서 "박지성, 이영표 지네가 뭘 안다고 혁신위원회를 하느냐", "축구선수로서는 국가대표였지 인생을 얼마나 살았고, 법을 얼마나 알고, 사회 경험이 얼마나 있다고 무슨 혁신위원장을 하나"라며 사실상 막말 인터뷰를 쏟아내 팬들의 공분을 샀다.

또한 "정관대로 60일 내에 보궐선거를 해야지 왜 정관을 뜯어고치려 하나"라고 반발하는가 하면, 승부조작 사태 사면 논란까지 두둔하며 정몽규 전 회장의 재임 기간을 '13년 희생'이라 옹호하는 등 기득권 지키기에 연연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 홍명보 감독이 손흥민을 후반전 교체출전시킨후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서 회장의 막말에 대해 당사자인 박지성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품격 있는 태도로 받아쳤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일 혁신위 3차 회의 브리핑에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투명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반대의 목적을 갖고 타당한 이유가 아닌 상황을 들게 되면, 요즘에는 누구나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며 "그분의 의견은 그분 생각 속에서 나왔겠지만 많은 분들이 거부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결국 그분의 위치에 안 맞는 행동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결과"라고 침착하게 꼬집은 바 있다.

당당하게 주장하던 입장을 국회에서 밝힐 기회가 마련됐음에도 서 회장이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추가 채택된 시·도 축구협회장 3명은 모두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들 3명은 모두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당시 정몽규 회장을 공개 지지했던 인물들이다. 백현식 부산축구협회장은 "(개인 사업 외에) 유기 동물 200여 마리를 돌보는 봉사를 하고 있어 장시간 자리를 비우기가 어렵다"는 황당한 사유서를 냈고, 박성완 충남축구협회장 역시 개인 일정을 핑계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참고인은 증인과 달리 불출석하더라도 처벌이나 강제 구인 등의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대참사 이후 한국 축구 개혁을 향한 국민적 요구가 분출하는 시점에서, 자신들의 기득권과 정 전 회장을 옹호하던 인물들이 법적 허점을 핑계로 청문회를 외면하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해 1월 전북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한 서강일 회장. /사진=전북축구협회 제공

여기서 책임 당사자들의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번 청문회에는 홍명보 전 감독, 정몽규 전 회장 등 15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지도부 중 홍명보 전 감독은 29일 입장문을 통해 "청문회가 열린다면 피하지 않고 참석해 감독으로서 져야 할 책임을 끝까지 감당하겠다"며 일찌감치 귀국해 출석을 준비 중이다.

특히 최근 보도된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 홍 전 감독은 "법인카드는 대한축구협회 규정에 따라 정해진 용도 및 한도 내에서만 사용했고, 대표팀 업무 수행 과정 및 코칭스태프 거주 환경을 고려한 정상적인 지출이었다"며 관련 증빙 자료를 청문회에서 직접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반면 축구계에 따르면 홍 전 감독 선임을 주도하고 국회에서 위증 논란까지 일으켰던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역시 캄보디아 나가월드FC 구단에 취업했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월드컵 개막 전부터 해외 부임이 확정되어 떠난 박항서 전 월드컵 지원단장과 달리, 이 전 이사는 대참사 직후 급하게 해외 구단에 취업해 자리를 피한 만큼 청문회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 출국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개혁을 요구하는 레전드들을 향해 "지네가 뭘 안다고"라며 하대하고 축구협회의 파행을 두둔하던 이들이 정작 국민과 축구 팬들 앞에서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하는 국회 청문회 자리는 건강 악화, 개인 일정, 동물 봉사, 급조된 해외 취업 등을 핑계로 회피하는 고질적인 꼼수를 반복하고 있다.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 홍명보 감독이 남아공에 0-1로 패색이 짙어지자 당혹해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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