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오만·카타르전도 있다" 아랍권도 축구협회 성접대 의혹 주목... "韓스포츠, 전례 없는 도덕적 위기"

이원희 기자
2026.08.07 12:24
대한축구협회가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외국인 심판과 경기 감독관을 상대로 7차례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아랍권 매체 365스코어스가 집중 조명했다. 해당 매체는 한국 스포츠가 전례 없는 행정적·도덕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하며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등 중동 국가와의 주요 예선 경기가 포함된 점을 언급했다. 문체부 문건에 따르면 당시 법인카드로 안마시술소 등에서 결제가 이뤄졌으며, 협회 측은 보관 연한 경과로 확인이 어려우나 현재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6일 오전부터 충남 천안에 있는 대한축구협회 사무실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구 대한축구협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대한축구협회 사무실의 모습. /사진=뉴스1 제공

대한축구협회의 외국인 심판 성접대 의혹을 향한 해외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물론, 아랍권 매체까지 이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아랍권 스포츠 전문매체 365스코어스는 7일(한국시간) '한국축구를 강타한 대형 성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사태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형사 수사와 언론의 폭로까지 맞물리면서 한국 스포츠와 한국 축구대표팀은 전례 없는 행정적·도덕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앞서 6일 JTBC 보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 작성한 '대한축구협회 임직원 등 비리 조사 결과' 문건에는 축구협회가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1년 동안 국가대표팀 경기에 참여한 외국인 심판 등을 상대로 7차례 부적절한 성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 언급된 경기는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올림픽 예선 3경기와 평가전 4경기 등 총 7경기다. 한국은 의혹이 제기된 7경기에서 5승2무를 기록했다.

2011년 3월 A대표팀 친선경기 온두라스전(4-0 승리)을 시작으로 같은 달 올림픽대표팀 중국전(1-0 승리), 6월 A대표팀 세르비아전(2-1 승리), 9월 2012 런던올림픽 예선 오만전(2-0 승리), 10월 A대표팀 폴란드전(2-2 무승부), 2012년 2월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 예선 쿠웨이트전(2-0 승리), 3월 런던올림픽 예선 카타르전(0-0 무승부) 등이다.

해당 경기에서는 심판 2~4명 또는 경기 감독관 1명 등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접대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65스코어스는 "대한축구협회는 법인카드를 이용해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열린 국제경기 7경기에서 최소 10명 이상의 외국인 심판과 경기 감독관에게 성접대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특히 매체는 "해당 경기에는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 쿠웨이트전과 2012 런던올림픽 예선 오만전, 카타르전 등 중요한 경기들이 포함됐다"고 조명했다.

쿠웨이트와 오만,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한 경기인 데다 월드컵과 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걸린 중요 예선이었던 만큼 아랍권 매체에서도 이 부분을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 회관. /사진=뉴스1 제공

구체적인 법인카드 사용 내역도 공개됐다. 문건에 따르면 2012년 2월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한국과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경기 당일 새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안마시술소에서 축구협회 법인카드로 50만원이 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9월 22일에도 경남 창원의 한 안마업소에서 76만원이 결제됐다. 당시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창원축구센터에서 오만과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를 치렀다.

또 2012년 3월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마사지업소에서는 축구협회 법인카드로 19만 8000원이 결제됐다. 이는 심판진을 관리·감독하는 경기 감독관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한 접대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65스코어스는 이와 관련해 "문건에는 서울과 창원 등 마사지업소와 유흥업소에서 금액이 결제된 내역이 담겼다"며 "이 가운데 2012년 3월 한 경기 감독관과 관련해 19만8000원이 결제된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언론은 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접대가 외국인 심판들의 호의와 우호적인 감정을 얻기 위한 일종의 '관행'으로 여겨졌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조중연 전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뉴시스 제공

이번 의혹이 제기된 시점은 정몽규 전 회장 체제가 아닌 조중연 전 회장 재임 기간이다. 문체부 감사와 관련 사실 적발은 정몽규 전 회장 취임 이후인 2016년에 이뤄졌다.

문체부는 당시 복수의 대한축구협회 심판 관련 부서 관계자들의 진술과 법인카드 사용 내역, 협회의 소명 자료 등을 종합해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국인 심판 성접대와 관련한 내용은 당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정몽규 전 회장은 취임 이후 성접대를 비롯한 부적절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내부 관리와 제도 개선에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정 전 회장이 취임한 2013년 이후에는 이번 의혹과 같은 성접대 관련 법인카드 결제 내역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 측도 "협회 문서 보관 연한은 5년이고 해당 사건은 약 15년 전 일이어서 현재 모든 정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사회적 기준이 높아진 만큼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철저한 내부통제와 관리·감독을 하고 있으며, 내부 관리 지침을 마련해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 /사진=뉴시스 제공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