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선임, 나 홀로 주도했다"→"정몽규 회장이 허락해서"... 도대체 어떤 말을 믿어야 하나

박건도 기자
2026.08.09 10:22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감독 선임을 홀로 주도했다는 과거 발언을 번복하고 정몽규 회장의 지시 때문이었다는 해명과 함께 법원에 소송참가 신청을 제출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 절차적 위반을 이유로 정몽규 회장과 이임생 전 이사 등에 대한 중징계를 권고했으나 협회는 이에 불복해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이 전 이사는 국회 청문회에 해외 취업을 이유로 불출석하고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 인멸 정황까지 포착되어 비판을 받고 있다.
브리핑하는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의 모습. /사진=김진경 대기자

앞뒤 말이 다르다.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핵심 당사자인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과거 자신이 주도했다던 발언을 번복하고 회장 지시 때문이었다는 해명과 함께 법원에 소송참가 신청까지 제출했다.

최근 축구계에 따르면 이임생 전 이사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문체부 감사 내용과 달리 홍명보 감독 면담 당시 본인이 자필로 기록한 자료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 측은 잘못된 사실관계와 루머를 바로잡겠다며 문체부와 축구협회 간 항소심이 진행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문체부는 2024년 말 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심각한 절차적 위반을 이유로 정몽규 회장과 김정배 부회장, 이임생 전 이사 등에 대한 중징계를 권고했다. 축구협회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 해명으로 미뤄보면 이임생 전 이사의 입장에 상급자 지시가 이유였다는 말 바꾸기 해명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임생 전 이사의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이 전 이사는 최종 후보 3명과 면담 후 정몽규 회장에게 홍 감독의 수락 의사를 전하자 "그럼 홍명보 감독으로 하세요"라는 말을 들었고, 이후 김정배 부회장으로부터 내정 발표 및 계약 진행 등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상근 기술직 최고 임원으로서 회장의 지시를 수행했을 뿐이라는 주장은 선임 발표 당시 본인이 대표팀 감독 선임을 홀로 주도했다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발언을 스스로 뒤집는 꼴이다.

소송 참전에 앞서 이임생 전 이사는 국회 현안을 회피하는듯한 무책임한 행보로 축구계의 공분을 샀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청문회에 이 전 이사는 해외 취업을 이유로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이 전 이사 측은 캄보디아 나가월드 FC 테크니컬 디렉터 부임에 대해 한국 대표팀이 체코를 꺾었던 6월 12일 구단의 제안을 최종 수락했다고 해명했다.

캄보디아 나가월드FC 테크니컬 디렉터로 선임된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사진=나가월드FC SNS 캡처

이 전 이사는 홍 감독 선임 당시 "내가 홀로 선임을 주도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전 국회 현안 질의 자리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사퇴 의사를 밝혔던 인물이다. 다만 정작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청문회를 앞두고 캄보디아 구단 디렉터 부임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뒤 해외로 떠나버렸다. 이는 미국 자택에 머물다 직접 청문회장에 출석해 책임감을 전했던 홍명보 전 감독의 행보와도 극명하게 대비를 이뤘다.

청문회에서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의 증언도 이어졌다. 정 전 위원장은 "3명의 최종 후보 압축 후 순위 결정권을 위임받아 홍명보 감독을 1순위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정 전 위원장 사퇴 이후 선임 작업을 이어받은 이 전 이사가 홍 감독 선임을 강행하면서 절차적 불공정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이에 청문회위원들은 "빵집 면담으로 연봉 20억 원이 넘는 감독을 임명한 과정 자체가 불공정의 극치였다"고 질타했지만, 당사자인 이임생 전 이사의 불참으로 핵심 경위를 추궁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여기에 이 전 이사는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직후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까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감을 외치던 과거 모습 뒤로 핑계와 말 바꾸기를 반복하는 이 전 이사를 향한 비판 여론은 좀처럼 식기 어려워 보인다.

왼쪽부터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홍명보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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