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소규모 축구협회들은 좀처럼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그 배경에는 FIFA 지원금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2일(한국시간) "전 파푸아뉴기니 국가대표 알렉스 다바니가 FIFA 내부 갈등 속에서 일부 소규모 축구협회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운영에 필수적인 FIFA 지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현재 세계 축구계는 인판티노 회장이 추진했다가 철회한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 문제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다.
앞서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을 비롯한 FIFA 대회의 상업권을 관리할 새로운 법인 FFE를 설립하고, 지분 일부를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약 20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법인의 지분 최대 20%를 매각해 최대 42억 달러(약 6조원)를 조달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대륙별 축구연맹과 FIFA 내부 관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중대한 계획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거센 반발에 부딪힌 FIFA는 결국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축구 단체들이 인판티노 회장의 행보에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오세아니아 지역의 소규모 축구협회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다바니는 그 이유에 대해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침묵이 무관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FIFA의 개발지원금이 오세아니아 일부 축구협회에서는 전체 운영예산과 맞먹을 정도"라면서 "이런 환경에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다. 이들은 매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축구협회 부사무총장을 지낸 다바니는 현재 변호사이자 스포츠 행정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쪽에서는 규모가 큰 대륙연맹들이 해당 제안을 두고 매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어떤 의견을 말하거나 입장을 형성하는 것 자체가 지원금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상황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 돈이 생계이기 때문에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세아니아의 소규모 축구협회들은 인판티노 회장 체제에서 FIFA의 재정 지원 확대에 큰 혜택을 받아왔다.
다바니에 따르면 이전 4년 주기당 200만~300만 달러(약 28억~42억원) 수준이었던 지원 규모는 인판티노 회장 재임 기간 최근 주기에는 800만 달러(약 11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 자금은 단순히 축구협회 운영비로만 사용된 것도 아니다. 파푸아뉴기니에는 FIFA 지원금을 활용해 새로운 국가축구센터가 건설됐는데, 인판티노 회장이 2023년 직접 개관식에 참석했다. 솔로몬제도에도 새로운 축구센터가 들어섰다. 바누아투에는 새 경기장이 건설됐다.
자체적인 수익 기반과 축구 인프라가 부족한 오세아니아 소규모 협회들 입장에서는 FIFA 지원금이 협회 운영을 넘어 자국 축구 시스템 전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핵심 자본인 셈이다.
다바니가 문제 삼은 것은 지원 자체가 아니라 이를 지급하는 구조다.
FIFA 개발지원금이 각 회원협회가 당연히 보장받는 '권리'가 아니라, FIFA 재량에 따라 지급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판티노 체제에서 지원 규모가 크게 확대된 소규모 회원협회들 입장에서는 FIFA 지도부와 공개적으로 대립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칫 인판티노 회장과 FIFA를 향해 반기를 들었다가는 지원금 문제를 맞을 수도 있다.
다바니는 "FIFA 지원금이 각 축구협회가 당연히 받을 권리라는 원칙은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