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 없었는데요?"
지난 6월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범호(45) KIA 타이거즈의 답변은 다소 뜻밖이었다. KIA는 사흘 전인 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9-4로 앞선 9회말 6점을 내줘 역전패했다. 취재진이 "쇼크가 좀 있었는데..."라고 묻자 이 감독은 "그냥 뭐 10-9로 아깝게 진 것뿐이다. 심리적으로 그런 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고 두 달이 지난 8월 23일 KIA는 또 한 번의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고척 키움전에서 7-2로 앞선 9회말 끝내기 만루 홈런 등 6점을 허용해 7-8로 졌다.
이번에도 이범호 감독은 의연했다. 25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그는 취재진에 "(이)의리를 올리는 타이밍에서 제가 좀 미스한 것 같다"며 "의리는 충분히 잘 던져줬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났을 때는 잊어버리는 게 맞다"고 스스로를 탓했다.
사령탑의 자책 속에 KIA는 급반등에 성공했다. 25일 9회말 이호연의 대타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8-5로 역전승한 데 이어 26일 롯데전도 16-11로 잡고 29일 SSG 랜더스에도 2-1로 이겨 3연승을 달렸다. 3경기 모두 역전승으로 키움전의 아쉬움을 깔끔하게 씻어냈다.
앞서 6월 KT전 패배 후에도 그랬다. KIA는 이튿날인 21일 KT에 11-5로 역전승한 것을 시작으로 23~25일 원정 키움전을 싹쓸이해 4연승을 올렸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충격패 후 선수단이 더욱 똘똘 뭉쳐 전화위복을 만들어낸 셈이다.
KIA는 8월 한 달간 15경기에서 11승 4패(승률 0.733)를 기록하며 10개 구단 중 월간 승률 1위에 등극했다. 역전승 역시 8승으로 전체 1위다. 최근 10경기에선 8승 2패로 8월 15일 5위였던 순위를 3위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8위에 그친 KIA를 올 시즌 상위권으로 전망한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령탑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이제 2년 만의 가을야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