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선수와 시간의 경주에서 승자는 언제나 하나뿐이다."
리오넬 메시(39, 인터 마이애미)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메시가 부친의 죽음과 월드컵 결승 패배를 겪은 뒤 더는 국가대표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1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의 위대한 선수 리오넬 메시가 국가대표 은퇴를 발표했다. 메시는 아픈 결정이지만 떠날 때가 왔다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207경기에 출전해 125골을 기록했다. 출전과 득점 모두 아르헨티나 역대 최다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아르헨티나를 36년 만의 정상으로 이끌었다.
메시는 은퇴문을 통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하나의 장이 마무리되고 있다. 이번 결정은 내게 깊은 고통을 안겼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뛰는 것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며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이제 더 이상 줄 것이 없다"라고 털어놨다.
대표팀을 이끌 다음 세대도 언급했다. 메시는 "내 뒤에는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는 훌륭한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메시는 지난 7월 20일 스페인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0-1로 패한 뒤 은퇴문을 작성했다. 결승전이 끝난 지 이틀 뒤인 7월 21일 이미 결심을 글로 옮겼지만, 곧바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결심을 굳힌 계기는 부친 호르헤 메시의 죽음이었다. 호르헤는 오랜 투병 끝에 지난달 향년 68세로 세상을 떠났다. 메시는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을 겪은 지금, 이전보다 더욱 확신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메시의 선수 생활 자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는 2028시즌 종료까지 계약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에서 현역 생활을 계속한다.
메시의 아르헨티나 대표팀 경력은 강렬한 퇴장으로 시작됐다. 그는 2005년 헝가리와 친선경기에서 후반 18분 교체 투입돼 A매치에 데뷔했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빌모시 반차크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했다는 판정을 받고 곧바로 퇴장당했다.
충격적인 출발을 딛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메시는 아르헨티나에서 월드컵 1회와 코파 아메리카 2회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성공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좌절을 견뎌야 했다.
메시는 2016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뒤 한 차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9년 사이 네 차례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후 결정을 번복한 메시는 대표팀으로 돌아와 2021년 코파 아메리카와 2022년 월드컵 우승을 차례로 완성했다.
마지막 월드컵에서도 기량은 여전했다. 메시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8골 4도움을 올리며 아르헨티나를 2회 연속 결승으로 이끌었다. 월드컵 통산 득점은 21골로 킬리안 음바페(프랑스·22골)에 이어 역대 2위다.
A매치 통산 125골 역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146골)에 이은 세계 역대 2위 기록이다. 월드컵에서는 총 12개의 도움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10개를 토너먼트에서 만들어냈다. BBC에 따르면 다른 어떤 선수도 월드컵 통산 도움 8개를 넘어서지 못했다.
메시는 "지난 20년 동안 보내준 모든 사랑에 감사드린다. 경기장에서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이 몹시 그리울 것"이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제 나도 여러분과 같은 한 사람의 팬이 돼 경기장 밖에서 항상 대표팀을 응원하고 지지하겠다. 동료들과 함께 우리가 꿈꿔온 순간들을 선물할 수 있었다는 안도감과 자부심을 품고 떠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 모두와 이 순간들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일이었다. 사랑한다"라고 덧붙였다.
BBC는 별도 분석에서 "선수와 시간의 경주에는 언제나 단 한 명의 승자만 존재한다. 메시는 패배의 순간을 아주 오랫동안 미뤄왔다"라면서 "최근 부친의 죽음과 스페인에 당한 월드컵 결승 패배가 은퇴를 조금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특히 BBC는 결승전의 실제 격차가 0-1이라는 결과보다 훨씬 컸다고 평가했다. 이어 "메시가 경기장을 둘러보면서 '이 과정을 다시 겪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라고 분석했다.
고향팀 뉴웰스 올드 보이스에서 선수 생활을 마칠 가능성도 언급됐다. 다만 BBC는 메시가 가족을 데리고 고향 로사리오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과 현지 치안 문제, 리그의 경기 수준 등을 걸림돌로 꼽았다.
BBC는 뉴웰스에서 몇 경기만 뛰며 낭만적인 마무리를 선택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인터 마이애미가 메시의 마지막 팀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메시가 언제 선수 생활을 끝낼지는 그 자신만이 알고 있다. 인터 마이애미 팬들은 행운아다. 그들은 이 작은 거인이 남긴 마지막 천재성을 직접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