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째 '편파 판정' 물고 늘어진 이탈리아…히딩크 "신사답게 행동해"

이재윤 기자
2026.09.09 17:07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 안정환의 이탈리아전 골든골. /사진=대한축구협회

2002 한일월드컵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을 둘러싼 '편파 판정' 논란이 24년 만에 다시 소환됐다.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탈리아가 그 많은 스타 선수를 데리고도 한국을 이기지 못한 것"이라며 판정 탓으로 돌리는 시각을 일축했다.

히딩크 감독은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축구 전문매체 '잔루카 디마르지오 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과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 2002년 6월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연장전 안정환의 골든골로 2대1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경기 직후 에콰도르 출신 바이론 모레노 주심의 판정을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일었다. 프란체스코 토티의 퇴장과 다미아노 톰마시의 골 취소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됐다.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에서 '모레노 주심이 심판 유니폼 안에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런 질문은 특정한 방향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며 "같은 방향으로 이야기하자면 크리스티안 비에리는 전반전에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해 옐로카드를 받았어야 했다. 모레노 역시 그것을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심판을 탓하기는 쉽다"며 "당시 이탈리아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었다. 그 대단한 명단을 보라"고 말했다. 당시 이탈리아 대표팀에는 비에리를 비롯해 토티, 잔루이지 부폰, 파올로 말디니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그 선수들이 한국을 무너뜨렸어야 했다"며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이 있었고 높은 템포로 경기했다. 이탈리아는 우리의 강한 저항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탈리아는 손쉽게 이겼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히딩크 감독 자료사진./사진=뉴스1

한국의 4강 진출이 판정의 도움이나 우연에 따른 결과라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대표팀의 성공 비결에 대해 "무엇보다 매일 이어진 매우 강도 높은 준비가 있었다"며 "월드컵 1년 전만 해도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월드컵 직전에는 신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좋은 팀 가운데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경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면에서 우위에 있었다"며 "유럽 팀들이 우리를 상대하면서 상당히 고전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전에서 골든골을 넣은 안정환이 당시 소속팀이던 페루자에서 거센 비난을 받은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당시 페루자 구단주 루치아노 가우치는 안정환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페루자에서 뛰던 선수가 그런 대우를 받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정환이 이탈리아의 은혜를 저버린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그럼 안정환은 경기에 뛰면 안 됐다는 말인가. 골을 넣어서도 안 됐다는 것인가"라며 "그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을 위해 뛰었다. 이것은 스포츠"라고 반박했다.

이어 "골든골을 넣고 이겼다면 당연히 축하해야 한다. 반대로 졌다면 신사답게 행동해야 한다"며 "이탈리아가 그렇게 했나"라고 반문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국전 패배가 2006년 이탈리아의 월드컵 우승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말에는 "그렇다면 한국이 우승의 토대를 마련한 셈"이라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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