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끝나고 내 자신에게 화났다" 프로 탈락 후 남은 후회, 174㎝ 이수인, 광주여대서 다시 날기 시작했다 [인터뷰]

김동윤 기자
2026.09.10 08:31
광주여대 아웃사이드히터 이수인은 지난해 프로 드래프트 탈락 후 스스로에게 느낀 실망과 후회를 딛고 대학 무대에서 다시 배구를 시작했다. 이수인은 광주여대 진학 후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실력을 쌓으며 고성대회 우승과 단양대회 준우승에 기여했고 단양대회에서는 공격상을 수상했다. 현재 이수인은 3학년을 마친 뒤 실업팀 입단을 목표로 훈련과 자격증 준비를 병행하며 후회 없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여대 이수인. /사진=이수인 본인 제공
광주여대 이수인. /사진=이수인 본인 제공

키 174㎝ 아웃사이드히터 이수인(19·광주여대)에게 지난해 한국배구연맹(KOVO) 신인드래프트는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프로에 가지 못했다는 결과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남긴 후회가 더 컸다.

이수인은 최근 광주여대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사실 고등학교 3학년 때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팀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드래프트에 가니 후회가 정말 많이 남았다. '열심히 했으면 됐을까'하는 미련도 남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처음엔 대학까지 가서 배구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드래프트가 끝나니까 너무 허무하고 내 스스로에게 화도 났다"고 돌아봤다.

그 마지막 미련이 이수인을 다시 코트로 불러들였다. 포항여고를 졸업한 그는 당초 다른 대학 진학이 거의 결정돼 있었지만, 광주여대로 방향을 틀었다. 학과와 팀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다시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이수인은 "광주여대가 운동도 열심히 하고 분위기도 가족 같았다"며 "최성우 감독님도 책임감이 강하셔서 내가 정말 여기서 더 열심히 하면 진짜 다시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힘줘 말했다.

선택은 빠르게 결실을 맺고 있다. 광주여대는 지난 7월 경남 고성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6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에서 예선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결승에서는 강호 우석대를 3-0(25-17, 25-21, 25-16)으로 완파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최성우(34) 감독이 지난 6월 U-리그에서 받은 징계로 벤치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끼리 힘을 모아 이뤄낸 우승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지난달 단양대회에서는 더 큰 악재가 겹쳤다. 고성대회 MVP 김민채(20)가 수원시청으로 향했고 4학년 선수들도 취업 준비로 자리를 비웠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까지 이어졌다.

광주여대 배구부가 지난 7월 경남 고성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6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에서 우승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최성우 감독 SNS 갈무리
광주여대 이수인. /사진=이수인 본인 제공

그 빈자리를 메운 선수 중 하나가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이수인이었다. 이수인은 단양대회에서 공격상을 수상하는 등 1학년답지 않은 존재감을 보이며 광주여대의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사령탑 역시 이수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최성우 감독은 "(이)수인이는 파이팅이 좋고 신장도 괜찮다. 공도 잘 때리는 선수"라며 "1학년인데도 이번 우승까지 가는 데 자신이 할 수 있는 200%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광주여대의 아웃사이드히터 자리가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언니들이 워낙 잘했던 자리라 부담이 있을 수 있는데도 정말 잘해줬"고 칭찬했다.

공격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 최 감독은 이수인의 목적타 서브와 크로스 공격, 좋은 미팅을 장점으로 꼽았다. 고교 시절에는 한정된 공격 패턴에 익숙했다면 지금은 이동하면서 공격할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방법까지 배우고 있다.

선수 본인도 대학에 와서 많은 변화를 느꼈다. 이수인은 "여기서는 훈련 분위기가 딱 잡혀 있어요. 패턴 플레이를 하면서 감독님이 자세도 하나하나 알려주시는데 그런 걸 하다 보니 많이 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웃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최대 강점은 오히려 공격보다 리시브와 수비다. 이수인은 "다른 아웃사이드히터들과 비교하면 나는 리시브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공격보다는 수비나 리시브, 캐치 쪽에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여대 이수인. /사진=이수인 본인 제공
광주여대 이수인. /사진=이수인 본인 제공

어린 시절부터 한 포지션만 맡아온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아웃사이드히터, 중학교에서는 미들블로커로 뛰었고 고교에서는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까지 경험했다. 광주여대에 온 뒤에야 아웃사이드히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훈련 강도도 이전과 달라졌다. 이수인은 "광주여대가 운동이 세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처음에는 실제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적응했다"라고 말했다.

코트 밖에서는 대학생으로서 또 다른 미래를 함께 준비한다. 전문스포츠지도사, 운동처방 관련 자격증 등을 준비하고 있다. 운동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체육회 취업까지 생각한다. 이수인은 "주 5일 운동하고 주말에는 초등학교에 가서 일반인 대상 배구 레슨도 돌아가면서 한다. 감독님이 우리가 자립심을 키울 수 있게 많이 도와주신다"라며 "끝나면 자유 시간이다. 쉴 때는 언니들이랑 시내 나가서 예쁜 옷도 입고 사진도 찍고 재미있게 논다"고 웃었다.

그렇다고 배구에 대한 욕심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현재로선 3학년을 마친 뒤 실업팀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 큰 목표다. 좋아하는 배구로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광주여대 진학은 이수인에게 전환점이 됐다.

이수인은 '내가 정말 최선을 다했나'라는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을 지워내고 고성대회 우승과 단양대회 준우승을 거치며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있다. '그때 조금 더 열심히 했더라면'을 '이번에는 후회 없이 해봤다'로 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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