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찬익 기자] “더 발전하려면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익숙함 대신 변화를 택했다. 태국 국가대표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타나차 쑥솟(26)이 GS칼텍스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2023년 한국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으며 V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타나차는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좋은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좋은 기억이 가득했지만 안주하고 싶지는 않았다. 배구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12일 GS칼텍스의 일본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타나차는 “배구 선수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상황에 나를 던져놓는 것이 인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변화를 결심한 타나차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구단이 GS칼텍스였다. 그는 “이적을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GS칼텍스가 가장 먼저 연락해왔다”며 “내 가치를 높게 평가해준 팀에 가고 싶었다”고 이적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적으로 만났던 팀이다. 상대 코트에서 바라본 GS칼텍스는 한번 흐름을 타면 좀처럼 끊어내기 힘든 팀이었다.
타나차는 “한번 분위기를 타면 그 흐름을 깨기가 정말 어려웠다. 특히 선수들 사이의 ‘케미’가 굉장히 끈끈해 보였다. 서로를 믿고 있다는 게 코트 안에서도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이제 그 끈끈함 속으로 직접 들어왔다. 달라진 점도 있다. 팀 내에서 자신의 위치다. 2000년생 타나차는 베테랑이 많았던 한국도로공사에서는 비교적 어린 선수에 속했다. GS칼텍스에서는 후배들을 이끌어야 할 위치가 됐다.
그는 “도로공사에서는 훈련할 때 언니 팀과 동생 팀으로 나누면 동생 팀의 맏언니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어린 티를 낼 수 없을 만큼 언니 쪽에 속한다”고 웃었다.
GS칼텍스가 타나차에게 기대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공격의 균형이다. 지난 시즌까지 팀 공격은 지젤 실바에게 상당 부분 집중됐다. 실바는 V리그 역대 최초로 3시즌 연속 1000득점을 돌파할 만큼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타나차의 합류로 실바의 공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타나차는 ‘실바를 도와야 한다’는 표현에 고개를 저었다.
“배구는 팀 스포츠다. 다른 선수들도 모두 함께 공격에 가담해야 더 쉽고 재미있는 배구를 할 수 있다. ‘내가 실바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기보다는 선수 한 명 한 명이 자기 역할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바 역시 새 동료의 합류를 반겼다. 타나차가 GS칼텍스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뒤 “수비도 열심히 하고 공격도 좋은 선수라 함께하면 재미있는 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바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타나차는 활짝 웃었다.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말이다. 함께했을 때 좋은 선수가 되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배구 선수의 모습이다”.
타나차가 추구하는 가치는 분명하다. 개인 성적만큼이나 ‘좋은 동료’로 기억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배구를 하면서 언제나 잘할 수는 없다. 잘되는 날도 있고 기량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날도 있다”면서 “하지만 좋은 동료가 되는 건 내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중에 배구 인생을 돌아봤을 때 ‘좋은 팀원이었다’고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수록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동료에게 다가가 “괜찮아. 다시 해보자”고 말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에는 태국 배구 특유의 문화도 녹아 있다. 타나차가 꼽은 태국 배구의 특징은 ‘즐기는 배구’다.
그는 “태국 선수들은 실수하더라도 거기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 않는다. 서로 웃으면서 빨리 다음 플레이로 넘어가려고 한다”며 “그런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해야 분위기도 살아나고 경기력도 좋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체 조건의 열세를 다양한 공격으로 극복하는 것도 태국 배구의 장점으로 꼽았다.
“태국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키가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콤비네이션을 많이 활용한다. 한 곳에서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안과 밖으로 움직이면서 공격에 다양성을 주려고 한다. 그런 모습을 올 시즌 많이 보여주고 싶다”.
코트 밖에서도 ‘좋은 팀’을 만드는 데 적극적이다.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것도 단순한 취미를 넘어 동료들과 가까워지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타나차는 “자유 시간에 모두 휴대전화만 보고 있으면 서로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며 “보드게임을 하면 자연스럽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더 잘 알게 된다. 코트 밖에서 쌓은 친밀감과 신뢰가 결국 코트 안에서도 나타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새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타나차의 목표는 분명하다. 우승이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정규리그 1위의 기쁨을 맛봤지만 챔피언결정전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우승하고 싶다. 그 목표를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색깔은 잃지 않으려 한다. 끝까지 공을 쫓고, 팀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웃으며 동료에게 손을 내미는 선수. 타나차가 GS칼텍스에서 그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다.
“늘 좋은 에너지를 주는 팀원이고 싶다. 올 시즌, 많이 웃어보겠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