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잘하면 우리 팀은 잘 돌아갑니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의 기적적인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김휘집(24)이 오랜만의 유격 수비도 불사하며,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NC는 1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3연패에 빠진 6위 NC는 59승 2무 62패가 돼 이날 경기가 없었던 5위 두산 베어스(64승 4무 60패)와 격차가 3.5경기로 벌어졌다.
패배 속에서도 김휘집은 제 몫을 했다. 이날 4번 타자 및 3루수로 선발 출전해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볼넷 2개를 골라내며 LG 마운드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2회말 첫 타석부터 그랬다. LG 선발 카를로스 카라스코(39)의 생소한 투심 패스트볼과 커브에 연거푸 헛스윙해 0B-2S에 몰렸다. 그러나 이후 볼 5개를 골라낸 뒤 8구째를 공략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5회말 헛스윙 삼진을 당한 김휘집은 6회말 카라스코의 바깥쪽 유인구를 참아내 볼넷으로 출루했다. 백미는 8회말이었다. 블레인 크림(29)의 중월 투런포로 NC가 2-3까지 따라붙은 직후 김휘집은 우강훈(24)을 상대로 또다시 0B-2S에 몰렸다. 크게 떨어지는 커브를 참아낸 뒤 공 4개를 연속해서 골라내 끝내 볼넷을 얻었다.
LG는 결국 우강훈을 내리고 손주영(28)을 투입했다. NC도 김휘집 대신 대주자 오태양(20)을 내보내며 동점을 노렸다. 비록 역전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최근 10경기 타율 0.361(36타수 13안타)을 기록했던 김휘집은 안타가 나오지 않는 날에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수비에서는 더 의미 있는 장면이 나왔다. 선발 3루수였던 김휘집은 김한별(25)이 빠진 뒤 홍종표(26)를 거쳐 7회초부터 유격수로 이동했다. 지난 7월 25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경기 도중 유격수를 맡은 이후 52일 만의 유격수 출전이었다.
최근 NC에서 김휘집은 사실상 3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호준(50) NC 감독이 아시안게임 기간 김주원의 빈자리를 메울 유격수 후보로 김한별에 이어 김휘집을 두 번째로 꼽은 데는 이유가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김주원이 차출될 것을 대비해 스프링캠프부터 신재인(20)과 함께 유격수 훈련을 받았다. 이미 풀타임 유격수 경험도 갖고 있다. 김휘집은 키움 히어로즈 시절이던 2022년 유격수로 798이닝을 소화했고 2023년에도 578이닝을 책임졌다. 2024년 NC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도 유격수로 338⅓이닝을 뛰었다. 최근 2년 동안 NC에서 유격수 출전이 거의 없었을 뿐, 낯선 포지션은 아니다.
물론 실전 감각은 별개의 문제였다. 김휘집이 경기 전날인 14일, 선수단 휴식일임에도 야구장에 나온 이유였다. 구단이나 이 감독이 유격수 출전을 지시한 것도 아니었다. 평소 쉬는 날에 하는 개인 훈련에 유격수 수비를 약 15분 추가했다. 김휘집은 경기 전 스타뉴스와 만나 "매일 경기를 하기 때문에 훈련량을 막 늘리기는 어렵다. 그래도 최소한의 준비는 해놔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15분이라고 해도 단순히 몇 차례 공을 받아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중계 플레이와 피벗 등 유격수 특유의 움직임을 몸에 다시 입력하는 데 집중했다. 김휘집은 "15분을 해도 할 수 있는 건 많다. 공을 받는 것보다 움직임 속해서 감각을 꺼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어딘가 잠들어 있는 그런 것들을 좀 꺼내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훈련과 실전이 다르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안다. 김휘집은 "어떤 선수가 어떻게 친다든지, 어느 방면으로 땅볼이 많다는 정보는 축적돼 있다. 하지만 시합 때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며 "유격수를 안 본 지 너무 오래됐기 때문에 최소한의 준비를 하면서 불안함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 준비는 바로 다음 날 실전에서 필요해졌다. NC는 김주원의 차출로 정규시즌 막판 12경기를 주전 유격수 없이 치러야 한다. 그러나 김휘집은 특정 선수 한 명이 그 자리를 완벽하게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야구라는 게 누가 빠진다고 지고, 누가 있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무조건 채워지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NC는 김주원이 떠난 첫날 패했다. 그래도 김휘집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 이미 지난해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상황에도 "저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라는 한마디로 9연승을 이끈 바 있는 그다.
김휘집은 "지난해도 9연승 과정에서 (박)민우 형이나 (김)주원이가 빠진 날이 있었다. 당연히 주원이가 있으면 손실은 있겠지만, 아직 우리에겐 많은 경기가 남았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독님, (박)민우 형, (박)건우 형, (권)희동이 형 등 형들이 워낙 후배들을 잘 챙기고 분위기를 살려주려고 신경 써주신다. 너무 좋은 형들이라 고맙고, 그런 형들이라 더 오래 같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절친 김주원은 당분간 잊는다. '김주원 없는 NC', '김주원이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은 넣어놓고자 한다. 김휘집은 "야구에는 만약이라는 게 없지 않나. '(김)주원이가 오기 전까지'라는 전제도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 우리에겐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 2주 전부터 매일 '오늘이 승부처다', '오늘 정말 잡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냥 많이 이기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