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60승 상대로도 도망가지 않았다! 20세 LG 우완 '겁 없는 스트라이크'에 염경엽도 웃었다 [창원 현장]

창원=김동윤 기자
2026.09.17 00:28
LG 트윈스의 신예 박시원이 16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4이닝 동안 52구를 던지며 팀의 9-2 승리와 4연승을 이끌었다. 박시원은 MLB 통산 60승을 기록한 NC 선발 클레빈저를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고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과감한 투구를 선보였다. 염경엽 감독은 박시원이 선발로서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고 평가하며 문동주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잠재력이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LG 박시원이 16일 창원 NC전에서 역투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상대 선발 마이크 클레빈저(36·NC 다이노스)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만 60승을 거둔 베테랑이었다. 그러나 LG 트윈스 스무 살 신예 박시원(20)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박시원은 16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NC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52구를 던지며 LG의 9-2 승리 및 4연승을 이끌었다.

이날 관심은 NC 새 외국인 투수 클레빈저에게 쏠렸다. MLB 통산 164경기에서 60승 44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한 베테랑의 KBO 리그 데뷔전이었다. 최고 시속 150㎞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 클레빈저는 3이닝 2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첫 등판을 마쳤다.

그 반대편에는 2006년생 박시원이 있었다. 경남고 출신 박시원은 2025 KBO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 전체 60순위로 LG에 입단한 우완 유망주다. 고교 시절부터 193㎝, 93㎏의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직구와 각 큰 슬라이더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5회, 70구를 넘긴 뒤에도 시속 150㎞ 이상을 찍는 스태미나도 매력적이었다.

문제는 제구였다. 불안정한 투구 밸런스 탓에 좋은 공을 갖고도 스트라이크를 일정하게 던지지 못했다. 지명을 앞두고 LG 스카우트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이유였다.

LG 박시원이 16일 창원 NC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2년 뒤 같은 창원에서 박시원이 보여준 투구는 달랐다. 이날 박시원의 최고 구속은 시속 148㎞. 클레빈저보다 오히려 느렸다. 포심 패스트볼(26구), 커터(17구), 커브(9구)까지 구종도 단출했다. 대신 가장 컨트롤이 돋보였다. NC 베테랑 타자들에 정면으로 승부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1회부터 그랬다. 선두타자 박민우(33)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권희동(36)을 상대로 스트라이크존 안팎을 공략해 루킹 삼진을 잡았고, 블레인 크림(29)은 높은 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출루했던 박민우까지 도루 실패로 잡히며 첫 이닝을 넘겼다.

2회에도 연속 출루를 허용하며 무사 1, 2루에 몰렸다. 이번에는 이우성(32)을 땅볼로 유도해 병살을 만들었고 천재환(32)은 하이 패스트볼로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3회는 더 씩씩했다. 김형준(27)에게 직구-커브-커터-직구를 차례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김한별(25)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에는 박민우를 상대하면서 시속 145㎞ 안팎의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안팎에 과감하게 꽂았다. 1볼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고 결국 몸쪽 직구로 4-6-3 병살타를 끌어냈다.

딱 한 번의 실투가 아쉬웠다. 4회 2사 1루에서 박건우(36)에게 던진 높은 슬라이더가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30m의 역전 투런 홈런이었다.

LG 박시원.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그러나 홈런을 맞은 뒤가 더 인상적이었다. 다음 타자는 이우성. 박시원은 흔들리는 대신 다시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갔다. 몸쪽 변화구를 연달아 집어넣어 순식간에 0볼 2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그리고 4구째 몸쪽 포심 패스트볼로 땅볼을 유도했다. 고개를 숙일 법했던 순간에도 자신의 공을 던지며 4이닝을 스스로 끝냈다.

LG가 박시원에게 기대했던 모습이기도 하다. 염경엽(58) LG 감독은 지난 2월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나는 숫자를 항상 무시하지 않는다. 트랙맨 수치만 보면 (김)영우보다 (박)시원이가 더 좋다. 직구 RPM도 2500 이상 나온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었다.

단순히 빠른 공 때문만은 아니었다. 염 감독은 박시원에게 선발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그는 "(박)시원이가 지금 당장은 선발 투수로서 제구력이 없지만, 선발 잠재력을 갖춘 투수다. 처음에는 중간으로 쓰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선발로 전환해야 한다"며 "잘 성장한다면 문동주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는 선수"라고 기대한 바 있다.

그 기대를 하나씩 증명하고 있는 스무살 신예다. 지난달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해 6경기 평균자책점 4.64로 차츰 제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더니 이번엔 MLB 60승 투수를 상대로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경기 후 염 감독은 "박시원이 선발로서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 고우석이 효과적인 피칭으로 2⅓이닝을 책임져주면서 승리에 가장 큰 역할을 해줬고 칭찬해 주고 싶다"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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