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멀티 이닝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 천군만마라 불렸는지 알 수 있는 피칭이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마치고 3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고우석(28·LG 트윈스)에게 보직은 중요하지 않았다.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고, 이틀 동안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고우석은 16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 방문 경기에서 2⅓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LG의 9-2 승리를 이끌었다.
등판부터 긴박했다. LG가 3-2로 앞선 6회말. 존 케네디가 블레인 크림에게 볼넷, 김휘집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해 무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박건우를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여전히 2사 2, 3루였다. 이우성과 승부가 1볼 1스트라이크가 된 순간 LG 벤치가 움직였다. 고우석이 케네디를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공 하나면 충분했다. 고우석은 바깥쪽 커터를 과감하게 던졌고 이우성의 타구는 3루수 앞으로 향했다. 아웃. NC가 동점은 물론 역전까지 노릴 수 있었던 가장 위험한 순간을 단 한 구로 지웠다. 경기 후 고우석은 "빠르게 카운트를 잡아서 승부하려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임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천재환을 3루수 뜬공, 안중열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는 데 공 3개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김한별을 상대로는 최고 시속 154㎞의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3구 삼진을 잡았다.
8회에도 고우석이 그대로 마운드를 지켰다. 박민우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권희동과 블레인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했다. 최종 성적은 2⅓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단 21구로 7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졌고 승리 투수까지 됐다.
더 놀라운 건 하루 전에도 멀티 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이다. 고우석은 15일 NC전에서도 선발 카를로스 카라스코에 이어 6회 2사 1, 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에도 1⅓이닝을 공 18개로 퍼펙트 처리하며 LG의 3-2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틀 동안 3⅔이닝, 39구. 피안타도 볼넷도 없었다. 11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단 한 명도 1루에 내보내지 않았다. 연투에 이틀 연속 멀티 이닝까지 소화했지만, 고우석은 개의치 않았다.
고우석은 "현재 컨디션은 좋다. 어차피 내일 휴식일이 있고, 불펜 투수 특성상 상황이 안 되면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며 "이틀 연속 멀티 이닝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갈 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말했다.
LG로서는 가장 필요했던 순간 돌아온 지원군이다. 고우석은 KBO 리그 통산 139세이브를 기록한 검증된 불펜 투수다. 2022년 42세이브로 세이브왕에 올랐고 2023년에는 한국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지며 LG의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완성했다.
그해를 끝으로 MLB 도전에 나섰다. 미국에서 4개 팀을 거친 끝에 올해 7월 미네소타 트윈스 소속으로 마침내 빅리그 마운드도 밟았다. 그러나 4경기 등판 후 양도 지명(DFA)됐고 결국 지난 2일 LG와 계약기간 1년, 연봉 5억 원에 계약하며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실제 수령액은 잔여 시즌 3개월분인 1억 5000만 원이다.
LG에도 고우석이 절실했다. 마무리 유영찬이 오른쪽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김진성, 장현식 등 핵심 불펜 자원까지 부상으로 빠졌다. 시즌 막판 순위 싸움에서 손주영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책임질 확실한 카드가 필요했다.
고우석이 그 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복귀 후 5경기에서 2승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0.00. 아직 자책점이 하나도 없다. KBO 규약 때문에 포스트시즌에는 출전할 수 없지만, 정규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LG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승부수 중 하나다.
염경엽(58) LG 감독도 경기 후 "고우석이 효과적인 피칭으로 2⅓이닝을 책임져주면서 승리에 가장 큰 역할을 해줬다.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더 멀리 내다보지 않았다. 그는 "먼 곳까지 원정경기 와주셔서 응원해주신 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덕분에 승리로 가져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먼저 감사를 표하면서 "이제 정규시즌 경기가 많이 남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서 다 이긴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