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다" 대기업 정규직 포기→사비 헝가리행...이준석, 韓 테크볼 첫 메달 보인다

OSEN 제공
2026.09.18 09:48
이준석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8강에서 키르기스스탄 선수를 완파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대기업 정규직 전환 기회를 포기하고 사비로 헝가리 전지훈련을 다녀온 이준석은 이번 대회 6경기 연속 무실세트 승리를 기록했다. 이준석은 19일 준결승전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 테크볼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확보하게 된다.

[OSEN=정승우 기자] 대기업 정규직 전환 기회까지 내려놓고 테크볼에 모든 것을 걸었다. 사비를 털어 종주국 헝가리로 향했던 이준석(27)이 6경기 연속 무실세트 승리를 거두며 대한민국 테크볼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에 한 걸음만을 남겨뒀다.

이준석은 17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8강에서 쿠다이베르디 아브딜아지조비치 아이다르베코프(키르기스스탄)를 세트스코어 2-0(12-2, 12-1)으로 완파했다.

압도적인 경기였다. 이준석은 두 세트를 합쳐 단 3점만 내주며 준결승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앞서 열린 B조 조별리그에서도 완벽했다. 이준석은 알리사(라오스)를 2-0(12-1, 12-0)으로 제압한 데 이어 프린스 아구스틴(필리핀), 요가 아르디카 푸트라(인도네시아), 바쯔엉장(베트남)을 모두 세트스코어 2-0으로 눌렀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개최국 일본의 와세 아키노리였다. 이준석은 이 경기마저 2-0(12-5, 12-9)으로 잡고 5전 전승,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조별리그 다섯 경기와 8강까지 여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내준 세트는 하나도 없다.

이준석은 19일 오전 11시 30분 남자 단식 준결승에 나선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한국 테크볼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확보하고 20일 오후 3시 30분 열리는 결승에서 초대 챔피언에 도전한다. 패하면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한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테크볼은 곡선형 특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축구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다. 축구와 족구의 볼 컨트롤, 탁구의 정교한 각도, 세팍타크로의 공중 공격이 결합됐다.

한 경기는 3세트로 치러지고 먼저 두 세트를 따내면 승리한다. 각 세트는 12점을 먼저 얻는 선수가 가져간다. 배구처럼 세 번의 터치 안에 공을 상대 진영으로 넘겨야 하며 같은 신체 부위를 연속해서 사용할 수 없다. 복식에서는 두 선수가 최소 한 차례 공을 주고받아야 한다.

이준석의 준결승 진출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가 걸어온 길에 있다.

이준석은 초등학교 때부터 21세까지 축구선수로 뛰었다. K4리그 무대까지 밟았지만 프로축구 선수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후 족구로 종목을 바꾸면서도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고, 테크볼을 접한 뒤 다시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다.

안정적인 미래도 내려놓았다. 대기업 생산직 계약직으로 일하며 훈련을 병행했던 이준석은 올 상반기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생업을 포기하고 대회 준비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에는 자신의 돈으로 헝가리 전지훈련을 떠났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현지 선수에게 직접 연락해 일대일 지도를 부탁했다. 유럽 선수들의 강한 공 회전 기술과 헤더 훈련법을 배웠고, 이를 자신의 무기로 만들었다.

국가대표가 됐지만 훈련 환경은 넉넉하지 않았다. 국내 테크볼협회가 미가맹단체여서 진천선수촌에 들어갈 수 없었다. 선수들은 별도로 연습장을 빌려 훈련했고 식사 등 기본적인 지원도 충분히 받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나선 한국 선수들도 모두 아마추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인원조차 20명이 되지 않았다. 남자 선수인 이준석과 이태빈, 김은준은 모두 축구를 경험했고 유일한 여자 선수 장은서는 세팍타크로 출신이다. 이들은 생업을 잠시 내려놓고 한국 테크볼의 첫 아시안게임에 도전했다.

남자복식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준석은 이태빈과 조를 이뤄 8강까지 올랐지만 이라크에 패했다. 이어 패자부활전 1라운드에서 베트남에 다시 무릎을 꿇으면서 동메달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남자 단식과 남자복식, 혼합복식까지 세 종목에 출전했다. 김은준과 장은서는 18일 혼합복식에서 메달 도전을 이어간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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