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이라는 맹비난까지 나오는 수준이다. 개막을 코앞에 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숙소 환경과 남녀 혼숙 배정 촌극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 일본판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오는 19일 개막하는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수천 명의 선수가 머무는 목조 컨테이너형 임시 숙소에 대해 각국 선수단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심지어 정재용 대한농구협회 부회장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의 숙박 환경을 두고 "역대 최악"이라고 맹비판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키가 2m를 넘는 장신 선수들이 침대 위에서 다리조차 뻗지 못하고 있다. 상식 밖의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좁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설 관리도 엉망이었다.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의 변준형은 방 내부 배관에서 물이 새어 나와 바닥이 물바다가 된 모습을 촬영해 개인 SNS에 "살려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올렸다. 지난주 나고야시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 때는 컨테이너 숙소에 머물던 선수들이 긴급 대피했고, 일부 경기장에서도 비가 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주최 측의 무리한 예산 절감과 준비 부족 탓이다. 조직위는 선수촌 아파트 대신 재해 피난 시설로 재활용할 목조 컨테이너 숙소를 마련했지만, 참가 인원이 당초 예상인 1만 5000명을 훌쩍 넘어 1만 7000명에 달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지난달 "예산은 1만 5000명분뿐이다. 초과 인원에 대한 예산 부담은 불가능하며 물리적인 숙소도 없다. 그래도 온다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비판을 샀다. 이후 조직위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숙소를 마련했다고 해명했지만, 필리핀의 경우 선수 숙소만 간신히 확보해 코치진과 임원들은 민박집과 호텔로 흩어지는 등 파행이 이어졌다.
컨테이너의 대안으로 나고야항에 투입된 4000~5000명 규모의 이탈리아 크루즈선 숙소 역시 촌극을 빚었다. 일본 매체 'CBC'에 따르면 주최국 일본 대표팀 내에서조차 황당한 방 배정이 벌어졌다.
미즈토리 히사시 일본 선수단 부단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숙박 수속 오류 등으로 수 시간 동안 대기하는 선수가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크루즈선에 묵을 예정이던 일본 선수들 가운데 지도자와 선수가 한 방에 배정되거나 남녀 선수가 같은 방에 배정되는 혼숙 사태까지 일어났다. 사태를 파악한 일본 선수단은 급히 방을 재배정했고, 일부 경기 단체는 크루즈선을 벗어나 사설 호텔을 긴급 섭외했다.
파문이 일자 조직위 숙박 책임자는 '로이터'를 통해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막 직전 불거진 침대 규격 미달과 누수, 남녀 혼숙 논란으로 대회는 시작도 전에 거센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