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만 해서는 야구가 늘지 않습니다."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 현장을 두루 경험한 다카하시 준이치(50) S&C(Strength & Conditioning) 코치가 어린 야구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뜻밖에도 더 많은 투구도, 타격도 아니었다.
다카하시 코치는 최근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개최한 '선진 S&C 이론 및 실기 보급 강습회'에서 성장기 선수들의 신체 훈련을 설명하며 "12세부터 15세까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선수 성장의 순서도 명확했다. 가장 아래에는 'Flexibility(유연성)', 그 위에는 'Movement(움직임)', 마지막에 'Skill(기술)'이 있었다. 야구 기술부터 쌓는 것이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먼저 만들고 그 위에 기술을 올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다카하시 코치는 스타뉴스에 "야구 기술은 야구를 잘하는 데 있어 빙산의 일각이다. 유연성이 가장 기본이고 중요하다. 특히 12~15세에는 스트레칭과 움직임 훈련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이 된 뒤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비중을 더 높일 수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웨이트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그렇다고 근력 운동이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령에 따라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자극과 먼저 익혀야 할 능력이 다른 만큼 '어느 시기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세밀하게 나눠야 한다는 뜻이었다. 다카하시 코치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 모두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사람에게는 하루 24시간밖에 없다. 그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다카하시 코치가 강조한 것이 다양한 운동 경험이었다. 과거 아이들은 뛰어놀고, 매달리고, 구르고, 여러 종목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수많은 동작을 경험했다. 다카하시 코치는 강습회에서 수영의 접영이나 철봉, 태권도에서 사용하는 고관절 움직임, 댄스 등을 예로 들었다. 특정 종목의 기술을 배우라는 의미라기보다는 야구 동작만 반복해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몸에 미리 익혀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뜻이었다.
이날 강습에서도 참가자들은 단순히 몸을 좌우로 늘리는 스트레칭만 하지 않았다. 매트 위에서 고관절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고, 하체와 몸통을 연결하며 평소 의식하지 않았던 부위를 사용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직접 몸으로 경험한 어린 선수들의 반응도 달랐다. 부산에서 리틀야구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문채원(14) 양은 "일본이 유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유연성이 이렇게 가장 밑바닥에 있는 기본인 줄은 몰랐다"며 "평소 근력 강화 운동도 하는데 오늘 유연성 운동을 해보니 힘든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오히려 유연성 운동이 더 아팠다"고 웃었다. 동생 문채환(13) 군도 "생각지도 못했던 부위들을 풀어서 신기했다"며 "오늘 배운 것을 집에서도 계속할 생각이다. 야구를 잘하려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야구 선수라면 더 많이 던지고, 더 많이 치고, 더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이 빠른 성장으로 향하는 길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카하시 코치가 강조한 성장의 순서는 반대에 가까웠다. 먼저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들고, 그 몸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방법을 익힌 뒤 그 위에 야구 기술과 힘을 쌓기 바랐다.
좋은 투구폼과 빠른 배트 스피드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몸을 움직여봤는지가 토대가 될 수 있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야구만 하는 것이 정말 최선일까. 한국 아마야구가 '얼마나 많이 훈련했는가'만큼 '어떤 순서로 가르쳐왔는가'를 돌아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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