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토종 에이스' 곽빈(27·두산 베어스)이 완벽한 무실점 역투로 대만과 첫 경기를 승리로 견인하고도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의 전략적 수를 냉정하게 짚어내며 결승전까지 '초특급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곽빈은 21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중앙종합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예선 B조 1차전 대만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노히트 역투(무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를 펼치며 팀의 기선을 완벽히 제압했다. 이날 곽빈의 투구 수는 정확히 90개였다.
이번 시즌 KBO리그 26경기에서 11승 7패, 평균자책점 2.26을 기록 중이자 리그 최다 탈삼진(186개) 선두를 질주 중인 두산의 에이스다운 위용이었다. 최고 시속 150㎞ 중후반대를 넘나드는 묵직한 패스트볼과 예리한 변화구를 앞세워 대만 타선을 꽁꽁 묶었고, 일찌감치 대만전 선발로 낙점했던 류지현 감독의 굳건한 신뢰에 120% 부응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곽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결코 들뜨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대표팀에게 첫 경기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신중하게 최선을 다해 던졌다"라며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는 경기 소감을 전했다.
지난 9일 잠실 SSG 랜더스전 이후 약 2주 만의 실전 등판이었던 만큼 초반 과제도 분명했다. 곽빈은 "경기 감각이 조금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빨리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을 파악하고 타자들의 노림수와 반응을 체크해야 했다"면서 "(조)형우와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형우가 정말 잘 도와줬다"며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10개의 탈삼진을 솎아내고도 "구속보다는 커맨드에 신경 썼는데, 불필요한 볼넷을 내준 점은 조금 아쉽다"며 냉정한 자평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이날 곽빈의 시선은 승리의 기쁨보다 '다음 승부'를 향해 있었다. 이날 대만이 한국을 상대로 꺼내든 선발 카드는 파격 그 자체였다. 주인공은 2004년생 우완 정통파 린이웨이(20·합작금고은행)였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타자들에게 철저히 베일에 싸인 무명 투수였다. 2024년 대만 프로야구(CPBL) 신인 드래프트에서 호명되지 못해 실업야구 명문인 합작금고은행에 둥지를 튼 '프로 경험 전무'의 자원이었다.
'한국 킬러'로 잘 알려진 메이저리그 유망주 좌완 린위민(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트리플A)을 비롯해 한화 이글스 소속 좌완 왕옌청(25) 등 확실한 정예 선발 카드들을 뒤로 아껴둔 채, 한국전에 '무명의 실업리그' 소속 투수를 내세우는 파격적인 변칙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곽빈 역시 상대의 이 같은 전략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곽빈은 대만의 마운드 운용에 대해 "제가 봤을 때는 상대가 전략적으로 참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상대에 또 다른 에이스가 있는 걸 알고 있는데, 그걸 바로 꺼내지 않고 나중으로 맞춘다는 생각 같았다. 솔직히 정말 큰 변수였다"고 털어놨다. 호투 뒤에도 상대의 숨겨둔 카드인 린위민, 왕옌청 등을 머릿속에 넣고 결코 경계심을 풀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목표가 '금메달'인 곽빈은 스스로를 더욱 다잡았다. 그는 "오늘 한 경기로는 아직 (저에게 자극제가) 안된다. 우리 대표팀은 무조건 우승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 뒤, "결승전에서 만약 잘 던진다면 그때는 한없이 기뻐하고 말하겠다. 오늘 경기는 잊고, 다음 등판까지 회복을 잘해서 더 많은 이닝과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원정 응원을 펼쳐준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곽빈은 "일본까지 직접 오셔서 10개 구단 팬분들이 모두 하나로 뭉쳐 응원해 주시는 모습이 너무 새롭고 큰 힘이 됐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