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카자키(일본), 이후광 기자] 태극마크를 새긴 윤동희는 더 이상 롯데 자이언츠 2군타자가 아니다. 처음 보는 낯선 투수의 공도 손쉽게 때려내는 국제용 타자다.
윤동희는 21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B조 조별예선 대만과 1차전에 교체 출전해 승부의 쐐기를 박는 홈런포를 가동했다.
윤동희는 4-0으로 앞선 8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정준재의 대타로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대만 투수 왕위졔를 만난 그는 초구 헛스윙 이후 1B-2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볼 2개를 침착하게 지켜본 뒤 6구째를 받아쳐 큼지막한 좌월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비거리는 120m. 승부의 쐐기를 박는 한방이었다.
경기 후 만난 윤동희는 “중요한 경기였는데 이기고 대회를 시작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라며 “오늘 내 경기력은 마음에 들 수밖에 없다. 타자로서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를 냈다. 그러나 운이 좋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계속 겸손하게 지금의 감을 유지하려고 한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윤동희는 3년 전 항저우 대회의 영웅이었다. 당시 6경기 타율 4할3푼5리(23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 OPS 1.196의 화력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국제용 타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류지현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또한 우타 외야수 고민을 지울 적임자로 윤동희를 낙점했다.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6월 기준 윤동희가 부상으로 1군에 없었음에도 사령탑은 그의 이름을 외야 엔트리에 써넣으며 신뢰를 드러냈다.
윤동희는 성적 또한 75경기 타율 2할4푼1리 60안타 5홈런 24타점 OPS .688로 기대 이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삼진만 2개를 당한 뒤 이튿날 2군행을 통보받으며 퓨처스 선수가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윤동희는 명예회복을 위해 고척에서 연이틀 조기 출근해 박준순과 특타 맹훈련을 실시했고, 상무와 평가전 대타 2타점 적시타에 이어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귀중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윤동희는 “사실 나도 대표팀 발탁 당시에는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내가 대표팀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내고 있는 상황인데 가는 게 조금은 부담이 됐다”라고 털어놓으며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고, 오늘 이렇게 보여드려서 한시름 놨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사실 올해 WBC를 정말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국 가지 못했고,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겨울에 다른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열심히 준비해도 올해처럼 이렇게 또 안 되는 해가 있다"라며 "한편으로 생각하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임하려고 했다. 또 지금 아시안게임이 없었으면 앞으로 야구하는 데 있어 내가 조금 더 헤맸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지도자분들을 만나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하니까 조금 더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고, 내가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지금은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척에서 실시한 두 차례 특타도 활약에 큰 도움이 됐다. 윤동희는 “완전 그 덕분이다”라며 “남들보다 부족한 만큼 훈련을 더 해야 타격감이 올라가고, 나에 대한 확신도 생긴다. 또 연습하면서 감독님, 코치님들이 나한테 확신을 주셨다. ‘좋았을 때는 네가 이랬다’, ‘너의 장점은 이랬는데 그게 안 보인다’ 등 많은 조언에 공감이 됐다. 더 열심히 훈련했고, 오늘까지 그 감이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특타 훈련을 실시한 박준순도 승기를 가져오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윤동희는 “(박)준순이도 오늘 잘 쳐서 뿌듯하다. 일본에 와서도 서로 일찍 나와 운동을 하자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는데 준순이도 특타 덕을 많이 봤다고 하더라”라며 “선수 입장에서는 먼저 나와서 훈련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다. 감독님, 코치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진심을 표현했다.
인터뷰를 통해 국제대회 때마다 낯선 투수 공을 잘 치는 비결도 들을 수 있었다. 윤동희는 “모든 공을 처음 보지만, 직구의 회전은 모든 선수가 비슷하다. 가장 빠른 구종에 타이밍이 맞아야 변화구 대처도 가능하다. 그래서 최대한 직구 타이밍에 과감하게 돌리려고 한다. 오늘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5회 연속 금메달 도전의 분수령으로 여겨진 대만과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슈퍼라운드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앞서 홍콩을 제압한 태국과 나란히 1승을 안고 조별예선을 출발했다.
윤동희는 “첫 경기 승리는 정말 중요하다. 대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만났더라도 첫 경기는 정말 중요하다”라며 “그런 첫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고, 이제 앞으로 모든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오늘 승리는 정말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라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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