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스타벅스 주문도 무서웠는데..." 이젠 김치찌개 찾고 카페 투어까지, KBO 외인 가족들에게 한국은 일상이 됐다

김동윤 기자
2026.09.26 09:01
KBO 리그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들과 그 가족들이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적응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두산의 벤자민은 초기 두려움을 극복하고 아내와 맛집 탐방을 즐기며, KT의 로건 앨런은 김치찌개와 한우 등 한국 음식을 그리워할 정도로 현지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LG의 오스틴은 단골 고깃집을 찾는 등 한국을 생활공간으로 받아들였고, KT의 힐리어드는 한국에서 둘째 아들을 출산하며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두산 외국인 투수 벤자민이 최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처음에는 커피 한 잔 주문하는 것도 두려웠던 낯선 나라가 어느새 아내와 함께 카페와 맛집을 찾아다니는 익숙한 일상이 됐다.

웨스 벤자민(33·두산 베어스)이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22년이었다. KT 위즈에서 3시즌을 보낸 뒤 미국으로 돌아갔던 그는 올해 두산 유니폼을 입고 다시 KBO 리그를 찾았다.

벤자민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를 떠올리며 "솔직히 호텔 밖에 나가는 것을 되게 두려워했다. 스타벅스에 가더라도 내가 주문을 잘 못해서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이 짜증을 내거나 싫어할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밖에 잘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4년이 흐른 지금은 전혀 다르다. 그는 "이제는 주문할 수 있을 정도의 한국어도 할 수 있고, 밖에 나갔을 때 어떤 상황이 생겨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지금은 괜찮다"고 웃었다.

행동반경도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커피를 좋아하는 벤자민 부부는 KT 시절 수원의 카페 '바닐라 블라썸'과 브런치 가게를 자주 찾았다. 올해 생활 터전이 서울로 바뀐 뒤에는 잠실과 코엑스 주변 새로운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다. 벤자민이 즐겨 마시는 메뉴는 바닐라 라떼다.

한국을 한번 떠나봐서 오히려 무엇이 좋은지도 알게 된 선수가 있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처음 KBO 리그를 경험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올해 KT로 복귀한 로건 앨런(29)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미국에 돌아갔을 때 한국에서 그리운 것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KT 외국인 투수 로건 앨런의 아내가 원피스 컬래버레이션 유니폼을 입고 남편의 경기를 직관하고 있다. 로건 부부는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한식에 푹 빠져 있다. /사진=로건 앨런 공식 SNS 갈무리

아내와는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미국에서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찾아봤고,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레시피도 알아봤다. 로건은 "아내는 한국의 스킨케어 같은 것들을 정말 좋아한다. 나는 음식이나 식재료가 좋다. 특히 고기와 과일의 품질이 정말 좋다"며 "미국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그런 것들을 다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 동안 부부가 함께 가장 좋아하게 된 음식 중 하나도 한우였고, 훗날 가장 그리워할 것 역시 음식이다. 로건은 "아마 김치찌개나 부대찌개가 가장 생각날 것 같다. 나는 김치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미국에서도 소고기는 먹을 수 있으니까 한우보다는 한국의 여러 가지 찌개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미국에서는 수프나 찌개를 그렇게 다양하게 먹지 않는다"고 웃었다.

로건은 이제 처음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까지 생겼다. 그는 "한국 문화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르지만 좋은 의미에서 다르다"며 "기본적인 것들에 익숙해지고 지구 반대편에 와 있다는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훨씬 쉬워진다. 그러면서 한국 생활 자체를 즐기기 시작하게 된다"고 당부했다.

2023년부터 4시즌 연속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오스틴 딘(33)에게 한국은 이제 특별한 관광지가 아니라 가족의 평범한 생활공간에 가깝다. 오스틴 가족은 샤브샤브 유명 프랜차이즈 '모던 샤브 하우스'를 즐겨 찾고 집 근처 고깃집도 단골이다.

오스틴과 그의 아들 댈러스. /사진=LG 트윈스 제공

오스틴은 "집에서 정말 가까운 고깃집이 하나 있는데 자주 간다. 내가 아는 식당 이름 중 가장 미국식으로 들리는 이름이다. 고기도 정말 맛있고 쌈장도 맛있다"며 "미국에 돌아가 있으면 한국식 바비큐가 많이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KBO 리그를 경험하고 있는 샘 힐리어드(32·KT)는 아직 한국 생활 1년 차다. 하지만 그의 가족에게 한국은 벌써 평생 잊기 힘든 장소가 됐다. 힐리어드의 둘째 아들은 지난 8월 한국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미국이 아닌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출산을 마친 뒤 힐리어드는 한국의 병원과 주변의 도움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의 어머니도 한국을 찾아 며느리와 새로 태어난 손주를 만났고, 아들이 KBO 리그에서 뛰는 모습도 직접 지켜봤다. 힐리어드는 "미국이 아닌 곳에서 아이를 낳는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였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1년부터 4년까지 제각각이다. 익숙해지는 속도와 기억에 남은 것도 모두 달랐다. 처음에는 호텔 밖으로 나서는 것부터 어려워했지만, 어느새 아내와 동네 커피 맛집을 탐방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미국에 돌아간 뒤 김치찌개를 찾을 정도로 매운 음식을 통해 한국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그들에게 한국은 어느 순간부터 야구를 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만은 아니게 됐다. 가족과 함께 먹고, 걷고, 아이를 키우며 하나씩 쌓아온 평범한 일상이 한국을 오래 기억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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