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죽기 살기로 했어요."
2026 아이치·나고야(일본)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금메달의 주역 이소희(26·부산 BNK 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27일 일본 나고야의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결승 일본전 직후다. 이날 이소희는 16점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한국의 75-70 승리, 그리고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만만치 않은 고비들을 잇따라 넘기고 목에 건 금메달이었다. 앞서 한국은 4강전에서 223cm 센터 장쯔이가 포진한 중국을 잡고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개최국 일본과 결승에서 격돌해 또 승리했다. 이소희는 중국전에서 3점슛 5개 포함 양 팀 최다인 23점을 폭발시킨 데 이어 일본과 결승전에서도 공수에 걸쳐 맹활약했다.
특히 이날 전까지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7연패를 당할 만큼 유독 약했다. 이소희 역시도 일본만 만나면 쓰라린 패배만 경험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을 무대로 만난 이번만큼은 마음가짐이 달랐다. 이소희는 "오늘은 정신력으로 한번 이겨보려고 했다. 정말 죽기 살기로 했다"고 표현했다. 결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물론 부침도 있었다. 4쿼터 막판 그는 석연찮은 파울 판정 속 5반칙으로 퇴장해 코트를 떠났다. 일본의 추격이 거세지던 시점, 이날 좋은 활약을 펼치던 이소희의 퇴장은 예기치 못한 변수가 될 수도 있었다. 이소희는 "(5반칙 퇴장은) 사실 억울한 감이 있다"고 웃어 보이면서도 "5반칙으로 퇴장당할 때 일본 팬분들이 박수를 보내더라. 그때 금메달 딸 거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사실 금메달이 걸린 한일전이라는 점만으로 그의 의지가 불탔던 것만은 아니었다. 이소희는 최근 꾸준한 상승세의 비결에 관한 질문에 "국제대회를 나가다 보니까, 한국을 낮게 평가하는 게 조금 화가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을 열정으로 똘똘 뭉쳐 연습을 많이 했던 게 성장의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여자농구를 얕보는 외부 시선에 대한 '오기'가,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는 것이다.
아시안게임 시상대 제일 위에 섰을 때의 감정은 그래서 더 북받쳤다. 이소희는 "(시상대 위에서) 애국가가 나오는데 눈물이 너무 많이 났다"고 돌아봤다. 이어 "상대팀에서 많이 주목하는 선수는 아니다 보니까, 상대팀이 나를 잘 몰랐던 거 같다. 그게 활약하는 데 있어서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겸손한 반응을 더했다.
이어 이소희는 "오늘 대표팀 경기에 기복이 있었다. 다행히 그걸 잘 이겨내고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먼저 남자농구(금메달)가 스타트를 잘 끊어줘서 그 기세를 여자농구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여자농구 대표팀은 일본을 꺾고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무려 12년 만에 정상에 섰다. 해외에서 열린 대회를 기준으로 하면 1994년 히로시마(일본) 대회 이후 32년 만이다. 앞서 남자농구 대표팀도 금메달을 차지, 한국 남·여 농구는 12년 만에 '동반 금메달'이라는 대업도 달성했다. 박수호 감독은 "너무너무 기쁘다. 이런 날이 또 올지 모르겠다. 너무나도 간직하고 싶은 날이다. 선수들한테 공을 돌리고 싶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