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모레노(49)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김민재(30)의 작심 발언에 "섣부른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9~10월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4연전 중 3번째 경기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모레노 감독은 부임 후 치른 3경기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 모레노 감독이 예고한 '전원 공격' 전술이 무색하게 빈공에 시달리며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 전반 내내 상대의 강한 압박에 밀려 패스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고, 45분에야 첫 슈팅을 기록하는 등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후반 들어 손흥민과 이강인이 슈팅을 시도하며 반격에 나섰으나 득점에는 실패했고, 오히려 잦은 수비 불안 속 송범근의 선방과 골대 행운에 기대어 간신히 실점을 면했다.
경기 후 모레노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어려운 경기였다. 팬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해 아쉽다"며 "수비적으로는 직전 우루과이전보다 한결 나아졌지만, 공격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총평했다.
전반전 빈공에 시달린 이유를 두고는 "상대가 전방에 6명을 둔 채 일대일 대인 방어를 펼치는 기이하고 극단적인 포메이션으로 나서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며 "하프타임 전술 수정 후 후반전 경기력은 눈에 띄게 나아졌지만 승리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집중 견제 속에 고립됐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선수들은 본인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공간을 활용하려 노력하는 등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감쌌다.
하지만 이날 대표팀 내부의 답답한 기류는 고스란히 노출됐다. 후반 40분 교체 아웃된 주축 수비수 김민재가 벤치에서 축구화를 벗어 던지며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힌 것이다. 김민재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도 "팀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워주고 수비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 수비 선수들을 보면 불쌍하다"며 "개인이 빛나기보다는 팀 전체가 하나로 뛰어야 한다. 머리 처박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모레노 감독은 김민재의 직언에 대해 "팀의 상징이자 리더로서 무승부라는 결과에 충분히 표출할 수 있는 아쉬움"이라며 선수를 두둔했다. 다만 "아직 경기가 제대로 분석되지 않은 직후인 만큼, 선수의 발언을 섣불리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단조로운 4-4-2 전술을 향한 비판에는 강하게 항변했다. 모레노 감독은 "팬들의 비판은 존중하지만 실제로는 공격 시 스리백, 수비 시 파이브백을 시도하며 상대 전술에 적응하려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금은 한 층씩 건물을 지어 올리는 과정이다. 한 경기 결과가 나쁘다고 건물을 다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창문과 문을 고치며 교정해 나가는 것이 맞다"며 당장 시스템을 갈아엎기보다 점진적으로 팀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