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가을야구 현장에서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른바 '아주라(아이에게 주라)'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이 일어났다. 파울볼을 잡은 성인 LA 다저스 팬이 주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상대 팀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 팬에게 공을 양보하지 않고 당당히 챙기면서 발생한 것이다.
미국 매체 '캘리포니아 포스트'는 8일(한국시간) "다저스와 애틀랜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3차전에서 한 다저스 팬이 어린이 애틀랜타 팬에게 파울볼 주기를 거부해 치열한 에티켓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양 팀의 경기 도중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유니폼을 입은 한 남성 관중이 파울볼을 낚아채며 시작됐다. 그가 기뻐하자, 주변에 있던 다른 관중이 영상을 촬영하며 "아이에게 줘라! 아이에게 줘라!"라고 연신 외치며 양보를 종용했다.
하지만 이 팬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미안하지만 못 준다. 나도 안타깝긴 하지만 절대 아이에게 줄 수 없다"고 소리쳤다.
이어 카메라는 근처에서 잔뜩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린이를 비췄다. 해당 어린이는 다저스의 상대 팀인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다저스 팬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잡은 파울볼을 자랑스럽게 들어 올리며 승리의 미소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해당 장면이 담긴 숏폼 영상은 SNS를 타고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엑스(X·옛 트위터)에 공유된 영상은 공개 12시간 만에 26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틱톡에서도 100만 뷰에 육박하며 현지 야구 커뮤니티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야구팬들에게 이 모습은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야구장 문화로 널리 알려진 '아주라'를 떠올리게 한다. 사직에서는 어른이 파울볼을 잡으면 관중석 전체가 한목소리로 "아주라"를 연호하며 아이에게 공을 건네도록 유도하는 오랜 암묵적 룰이 존재한다. 한때는 훈훈한 나눔과 정으로 통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타인의 소유권을 강요한다는 인식이 퍼지며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팬들의 반응 역시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다저스 팬을 옹호하는 이들은 "정당하게 본인이 잡은 공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더군다나 홈구장에서 상대 팀인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은 아이에게 왜 귀한 가을야구 파울볼을 억지로 줘야 하느냐. 남에게 선행을 강요하는 주변 관중이 더 무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서 야구 꿈나무에게 평생 남을 추억을 선물하는 게 성숙한 야구 문화"라며 "기념구 하나로 아이에게 평생의 상처와 실망감을 안겨줄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반응도 나온다.
단순한 공 하나를 넘어 '개인의 정당한 획득 권리'와 '야구장 특유의 어린이 배려 문화'가 정면충돌하면서, 미국판 '아주라' 논쟁은 포스트시즌의 열기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