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혁 옵션이 생긴 건 '행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정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환하게 웃었다. 지난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전을 마친 직후다. 이날 인천은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으며 포항에 3-0 완승을 거뒀다. 선제 결승골 포함 1골·1도움을 기록한 미드필더 이민혁(24)이 승리의 중심에 섰다. 윤 감독은 그의 활약을 두고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이민혁은 이명주의 파트너로 중원에 포진했다. 전반 17분엔 팽팽한 0의 균형을 깨트리는 선제골을 넣었다. 골키퍼가 공을 쳐내고, 상대 수비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면서 흐른 공을 놓치지 않았다. 인천 이적 후 8경기 만에 터뜨린 첫 골이자 2023년 프로 데뷔 이후 터뜨린 K리그1 데뷔골이다. 나아가 그는 전반 40분엔 상대 공을 가로챈 뒤 이청용의 중거리 추가골을 돕는 어시스트까지 더했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그는 3개의 슈팅을 모두 골문 안쪽으로 쐈다. 최전방 공격수 무고사와 더불어 팀 최다 슈팅이었다.
과감하게 공격에 가담하는 역할로만 존재감을 드러낸 게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중원에서 빌드업 역할에 충실했고, 수비 상황에서는 강력한 몸싸움으로 상대와 경합을 이겨냈다. 지난 강원FC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윤정환 감독은 후반 36분 이명주 대신 서재민을 투입하며 그의 파트너만 바꿨을 뿐 이민혁에게는 풀타임 출전 기회를 줬다.
이민혁의 활약이 특히 반가운 건 올 시즌 이명주-서재민 중원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컸던 탓이다. 서재민은 개막 20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 출전했고, 베테랑 이명주 역시 가끔 체력 안배 차원에서 출전 시간을 조절하는 정도였을 뿐 시즌 내내 중원의 핵심 역할이었다. 시즌 중반까진 이케르(스페인), 정원진이 백업 역할을 맡았고, 중반 이후엔 부상에서 복귀한 문지환과 임대 영입된 김영환 등이 더해졌으나 확실한 카드로 자리 잡진 못했다.
설상가상 중원의 핵심이었던 서재민은 최근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지난달 강원전에서는 아예 동행하지 못했고, 포항전 역시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막판에야 투입됐다. 대신 중원에 포진해 1골 1도움을 기록하고, 팀 승리를 이끈 '이민혁 옵션'에 윤정환 감독이 미소를 지은 이유다.
윤정환 감독은 "(이적) 초반에는 적응 기간이 필요했지만, 점차 본인의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빌드업이나 공격으로 나가는 부분, 수비 시 몸싸움 등을 좋게 봤고 그런 모습들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공격 시 상대 박스 안까지 들어가는 모습 등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민혁 카드는 자연스레 인천의 시즌 막판 순위 경쟁에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정규리그 2경기가 남은 가운데 인천은 승점 42(11승 9무 11패)로 7위다. 파이널 A그룹(상위스플릿) 마지노선인 6위 대전하나시티즌(승점 43)과 격차는 1점 차다. 강원FC·제주SK로 이어지는 남은 2연전 결과에 따라 파이널 A그룹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나아가 파이널 라운드에서 5경기를 더 치러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매 경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 이명주와 서재민 외에 또 다른 확실한 중원 카드가 생겼다는 점은 윤정환 감독과 인천 구단 입장에서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윤 감독은 "그동안 (서)재민이가 계속 뛰었다. 이민혁 옵션이 생긴 건 팀 입장에선 행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