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준환의 미국 스몰캡(42)]선입금에 가격 올려도 못받는 광통신 기판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서는 수만 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쉴 새 없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지금까지는 구리선에 전기 신호를 실어 보냈는데, 속도가 빨라질수록 열과 전력 손실이 커져 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광통신으로 바뀌는 추세다.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꿔 주는 부품이 광트랜시버이고, 그 안에서 빛을 만드는 것이 레이저 칩이다. 문제는 반도체의 기본 재료인 실리콘으로는 레이저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실리콘은 전기는 잘 다루지만 빛을 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레이저 칩은 인듐과 인을 결합한 인화인듐(InP)이라는 특수 기판 위에서 만든다.
최근 인화인듐이 AI 광통신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루멘텀은 코히어런트와 함께 고급 광통신 레이저 칩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회사인데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린 기술 행사에서 수요대비 공급부족이 30% 넘는다고 설명한 적 있다. 인화인듐 부족이 메모리 반도체 품귀보다 심해질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루멘텀과 코히어런트에 20억달러씩 모두 40억달러(5조3600억원, 환율 1340원 기준)를 투자해 레이저 물량을 미리 확보했다. 올해 인화인듐 기판 수요는 260만~300만장으로 추정되는데 세계 생산능력은 연 60만~75만장에 그친다.
인화인듐 기판을 대량으로 만드는 주요 공급사는 세계에 세 곳뿐이다. 일본 스미토모전기공업과 JX금속,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본사를 둔 AXT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AXT와 스미토모전기 두 회사가 세계 생산량의 80% 가까이를, JX금속이 10% 안팎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AXT가 AI 광통신 투자 확대의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AXT는 차세대 광통신 패키징(CPO) 전환의 수혜가 예상되는 반도체 기업 다섯 곳 중 하나다.
주가는 이런 기대를 먼저 반영했다. 지난해 4월 1.16달러까지 떨어졌던 AXT 주가는 올해 5월 143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68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AXT의 약점은 미국 상장사이면서도 공장이 전부 중국에 있어, 중국 정부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제품을 해외로 내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주가가 1달러대까지 밀렸던 것도 중국이 인화인듐을 수출통제 품목에 넣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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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연구소 출신 재료공학 박사의 창업...美국방부 과제로 키운 결정 성장 기술
AXT를 세운 모리스 영(Morris Young) CEO는 재료공학자다. 대만 국립성공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시러큐스대에서 석사, 폴리테크닉대(현 뉴욕대 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AT&T 벨연구소에서 일했고 1985년 로런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로 옮겨 물리학자로 근무했다. 연구소에 다니던 1986년 시어도어 영, 데이비스 장과 함께 회사를 차렸는데 처음 이름은 베스탈 코퍼레이션이었다. 이후 아메리칸 엑스탈 테크놀로지로 이름을 바꿨고, 지금의 AXT는 그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영이 사업 밑천으로 삼은 것은 화합물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새 방법이었다. 기판은 원료를 녹였다가 하나의 결정으로 굳힌 덩어리(잉곳)를 얇게 썰어서 만든다. 결정 속 원자 배열이 어긋난 결함이 적을수록 좋은 기판이다. AXT는 수직온도구배응고법(VGF)이라는 기술을 쓴다. 도가니에 원료를 녹인 뒤 아래쪽부터 온도를 조금씩 낮춰 가며 며칠에 걸쳐 천천히 굳히는 방식이다. 물을 급하게 얼리면 공기방울이 생기지만 천천히 얼리면 맑은 얼음이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초기에는 미국 정부의 연구 과제가 큰 보탬이 됐다. AXT는 1994년 3월 미국 국방부의 갈륨비소 기판 개발 과제를 따내 4년간 610만달러(82억원)를 받았다. 과제에서 개발한 기술의 권리는 회사가 갖는 조건이었다. 1990년 첫 제품을 판 뒤 상장 때까지 해마다 흑자를 냈고 휴렛팩커드, 모토로라, 소니, 지멘스가 고객이 됐다. 1997년 매출은 2530만달러(339억원)였는데 휴대폰 부품에 쓰이는 갈륨비소 기판이 제품 매출의 94.9%였다. 지금의 주력인 인화인듐은 1997년 말에야 팔기 시작했다. AXT는 1998년 5월 공모가 10달러로 나스닥에 상장했다.
같은 해 AXT는 베이징에 자회사 베이징퉁메이(北京通美)를 세우고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기 시작해 2004년 모든 생산 공정의 이전을 마쳤다. 공장 운영비와 인건비, 재료비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주요 경쟁사가 일본과 독일에서 생산하는 것과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AXT는 이후 갈륨, 비소, 도가니 같은 원재료를 만드는 중국 회사 10여 곳에도 지분을 투자해 원료부터 기판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갖췄다.
닷컴 붕괴와 中수출통제로 주가 1달러→AI 광통신 수요로 흑자전환
상장 뒤 회사는 여러 차례 큰 위기를 겪었다.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2001년 1억880만달러(1458억원)였던 매출이 2003년 3471만달러(465억원)로 줄었고, 2002년에는 8118만달러(108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00년 47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2003년 초 0.67달러까지 떨어졌다.
최근의 위기는 중국의 수출통제에서 비롯됐다. 중국 정부는 2023년 8월 갈륨과 게르마늄을, 지난해 2월에는 인화인듐을 수출통제 품목에 넣었다. AXT가 만드는 세 가지 기판 모두 중국 상무부 허가 없이는 해외로 내보낼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업황 부진에 수출 차질까지 겹치면서 매출은 2022년 1억4110만달러(1891억원)에서 지난해 8830만달러(1183억원)로 줄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매출총이익률이 마이너스 6.4%까지 떨어졌다. 제품을 팔수록 손해가 났다는 얘기다. 주가가 지난해 4월 1.16달러까지 밀렸던 이유다.
이 때만 해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보였으나 지난해 6월 유럽과 일본 고객에 대한 첫 수출허가가 나오면서 큰 위기를 넘게 된다. 때마침 AI 데이터센터용 광트랜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약 1억달러(1340억원), 올해 4월에는 주당 64.25달러에 6억3250만달러(8476억원)를 증자로 조달해 베이징 공장 증설에 나섰다.
이런 변화는 실적으로 확인된다. 올해 2분기 매출은 4759만달러(638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64.8% 늘었다. 회사가 석 달 전에 제시한 전망치 약 34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인화인듐 매출은 3070만달러(411억원)로 1분기 1360만달러의 2배를 넘어 분기 사상 최대였다. 매출총이익률은 1년 전 8.0%에서 44.9%로 뛰었고 순이익 1110만달러(149억원)를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루멘텀과의 계약과 실적 발표가 이어진 7월 30~31일 이틀 동안 주가는 63% 올랐다.
고객들이 돈을 먼저 내고 물량을 예약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6월에는 중국 카셀라테크놀로지가 2027년 한 해 동안 1억7300만위안(약 2540만달러)어치를 사기로 하고 대금 전액을 올해 안에 미리 내기로 했다. 같은 달 코히어런트는 지름 150㎜ 인화인듐 기판을 3년간 공급받는 조건으로 2229만달러(299억원)를 선급금으로 내기로 했다. 7월에는 루멘텀이 2031년 말까지 6년간 생산능력을 예약하면서 보증금 4350만달러(583억원)를 내기로 했다. 공급부족으로 고객들이 선금을 내고서라도 물량을 확보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4분기 인화인듐 기판 가격이 당초 예상인 3~5%를 넘어 10%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인상이다.
결함 적은 기판·빠른 증설·원료 자급...고객이 AXT를 찾는 세 가지 이유

AXT의 경쟁력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일단 기판의 품질이다. 레이저 칩 회사 입장에서는 기판에 결함이 적어야 한 장에서 건질 수 있는 정상 칩이 늘어난다. AXT의 인화인듐 기판의 결함 밀도는 시장에서 가장 낮아 고객사의 수율을 높여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화인듐은 도가니 안을 매우 높은 압력으로 유지한 채 결정을 키워야 한다. 온도와 압력을 함께 다루는 방법은 대부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영업비밀이어서 새 업체가 따라오기 어렵다. 보유 특허는 198건에 달한다.
빠른 캐퍼증설도 강점으로 꼽힌다. AXT는 갈륨비소를 만들던 공간을 인화인듐용으로 돌리고 결정 성장로 설계를 바꿔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인화인듐 생산능력을 올해 말 분기당 약 6000만달러(804억원), 내년 말 약 1억3000만달러(1742억원)어치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지난 4월에 밝힌 목표는 올해 말 3500만달러, 내년 말 6500만~7000만달러였는데 석 달 만에 2배 가까이로 올려 잡았다. 스미토모전기는 180억엔을 투자해 2028 회계연도까지 생산능력을 3.1배로, JX금속은 1200억엔을 들여 2030 회계연도까지 7~10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업체들의 증설이 끝나기 전까지는 AXT가 물량을 가장 빨리 늘릴 수 있는 구도다.
원료 자급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인화인듐의 원료인 인듐은 중국이 세계 정련 물량의 70% 안팎을 차지한다. AXT는 자회사 진메이가 최근 고순도 인듐 정제를 시작했고, 결정을 키울 때 쓰는 도가니도 자회사가 만든다. 2022년부터는 공정에서 나온 인화인듐 부스러기를 다시 원료로 쓰는 재활용 공정도 돌리고 있다. 이로 인해 원가경쟁력이 높다. 경쟁사가 설비를 늘리는 데 2년 반에서 3년이 걸리는 반면 AXT는 기존 건물을 활용해 더 짧은 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증설할 수 있다. 기술영업 인력의 다수가 물리학·재료공학 박사여서 고객사 엔지니어와 직접 문제를 푼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AXT의 차세대 제품은 지름 150㎜ 인화인듐 기판이다. AXT는 지름 50㎜부터 150㎜까지 만드는데 기판이 커지면 한 장에서 나오는 칩이 늘어 레이저 원가가 떨어져 유리하다. 지난해 말 직원 1541명 가운데 미국 본사 인력은 23명이고 1517명이 중국에서 일한다. 제조 인력이 1137명, 연구개발 인력이 216명이며 연구개발도 모두 중국 공장에서 이뤄진다.
가파른 실적증가,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미중분쟁이 가장 큰 변수

AXT의 연도별 매출은 △2022년 1억4110만달러(1891억원) △2023년 7580만달러(1016억원) △2024년 9940만달러(1332억원) △2025년 8830만달러(1183억원) △2026년 상반기 7451만달러(998억원)다. 지난해에는 매출의 67%가 기판, 33%가 갈륨과 도가니 같은 원재료에서 나왔는데 올해 2분기에는 인화인듐 한 품목이 매출의 64.5%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66%,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이 19%이고 북미는 1%에도 못 미친다.
회사는 3분기 매출을 6600만달러(884억원)로 내다봤다. 2분기보다 39% 많은 금액으로 이미 수출허가를 받았거나 허가가 필요 없는 물량만 더한 숫자다. 수주잔고는 1억달러(1340억원)를 넘어 내년 물량까지 차 있다. 6월 말 현금과 투자자산은 7억4880만달러(1조34억원), 단기차입금은 8423만달러(1129억원)다.
월가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애널리스트 5명 가운데 4명이 매수, 1명이 보유 의견이고 평균 목표주가는 91.60달러(12만2700원)로 현재 주가보다 크게 높다. 물론 부담 요인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위험은 수출허가다. 미중분쟁 탓에 수출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수주가 상당하다. AXT의 고객사들이 일본업체와도 장기 계약을 맺어 공급처를 나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쟁사 증설도 변수다. 시장조사업체 라이트카운팅은 지난 4월 인화인듐 부족이 올해 말이면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 방향을 가를 첫 관문은 10월 29일로 예정된 3분기 실적 발표다. 매출 전망치 6600만달러 달성 여부와 4분기 가격 인상 폭, 미국행 수출허가, 150㎜ 기판 양산 일정이 관건이다.
◇AXT 주요 연혁
1986년
모리스 영 등 캘리포니아에서 설립, 당시 사명 베스탈 코퍼레이션
1990년
수직온도구배응고법(VGF)으로 만든 갈륨비소 기판 판매 시작
1994년 3월
미국 국방부 갈륨비소 기판 개발 과제 수주, 4년간 610만달러
1998년 5월
나스닥 상장, 공모가 10달러. 같은 해 베이징퉁메이 설립
2004년
모든 생산 공정 중국 이전 완료. 모리스 영 CEO 퇴임
2009년 7월
모리스 영 CEO 복귀
2023년 8월
중국,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 시행
2025년 2월
중국, 인화인듐 수출통제. 4월 주가 1.16달러
2025년 6월
인화인듐 첫 수출허가, 유럽·일본 고객 출하 재개
2026년 4월
주당 64.25달러에 6억3250만달러 증자
2026년 6월
카셀라·코히어런트와 장기 공급 계약, 퉁메이 커촹반 상장 철회
2026년 7월
루멘텀과 6년 생산능력 예약 계약, 2분기 매출 4759만달러로 흑자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