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독 잠실 고별 '명연설', 25년 전 '미러클' 추억을 소환하다

신화섭 기자
2026.10.14 09:41
김인식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의 정규시즌 최종전 시구자로 나서 25년 전 우승 추억을 소환했다. 김 전 감독은 2001년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미러클' 역사를 언급하며 두산 선수단에 끝까지 올라가라고 당부했다. 이에 김원형 감독과 선수들은 가을야구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하며 화답했다.
김인식 전 감독이 12일 잠실구장에서 시구에 앞서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끝까지 올라가십시오."

'국민감독'의 잠실 고별 '명연설'이 25년 전 '미러클(miracle·기적)'의 추억을 소환했다.

김인식(79)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시구를 했다.

이날 경기는 올해를 끝으로 철거되는 잠실구장의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다. 홈팀 두산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팀을 이끌며 1995년과 2001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김 감독을 시구자로 초정했다.

구단은 "특히 1995년은 잠실 연고 구단 최초로 잠실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는 점에서 베어스는 물론 구장 역사에도 뜻깊은 순간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1982년 OB(현 두산)의 연고지는 충남이었고, 우승 장소는 동대문야구장이었다. LG 트윈스는 1990년 대구, 1994년 인천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지었다.

김인식 전 감독이 관중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경기 전 김 전 감독은 시구를 위해 김원형(52) 두산 감독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섰다. 김원형 감독이 열아홉 살인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프로에 데뷔할 당시 사령탑은 김인식 전 감독이었다.

1루쪽 두산 응원석을 바라보며 마이크를 잡은 김인식 전 감독은 "이렇게 또 잠실야구장에 나와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문을 연 뒤 "우리가 95년 우승한 것도 있었지만 2001년 우승이 굉장히 뜻이 깊었다. 왜냐하면 (준)플레이오프서부터 하나하나 올라가 끝까지 이룩한 우승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2001년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두산은 포스트시즌 첫 단계인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 이글스를 2승으로 제치고 플레이오프에서는 2위 현대 유니콘스를 3승 1패로 눌렀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응용(85) 감독이 이끈 삼성 라이온즈를 4승 2패로 꺾어 우승을 거머쥐었다.

12일 잠실 경기에서 시구하는 김인식(오른쪽) 전 감독. 가운데는 김원형 두산 감독.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해태 타이거즈(현 KIA)에서 9회 우승한 김응용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패배를 당했다. 김응용 감독은 이듬해인 2002년에는 LG를 제압하고 삼성에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당시 삼성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은 2회초 8점을 내줬으나 3회말 김동주의 만루 홈런 등으로 무려 12점을 뽑아 18-11로 역전승했다. 한 해 전인 2000년 현대와 한국시리즈에서 3연패 뒤 3연승(최종 3승 4패 준우승)한 데 이어 또 한 번 기적 같은 드라마를 연출하자 '미러클 두산'이라는 애칭이 자리를 잡았다.

김인식 전 감독은 올 시즌으로 화제를 옮겼다. 그가 "이번에 두산 베어스가 비록 와일드 카드로 올라왔지만, 야구란 아무도 모릅니다"고 말하자 1루쪽 두산 팬들 사이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인식(오른쪽) 전 감독과 김원형 두산 감독이 포옹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김 전 감독은 "끝까지 하나하나 밟아서 올라가십시오. 여기 김원형 감독한테 부탁을 드리겠습니다"라며 김원형 감독과 포옹했다. 이어 "여러분, 언제나 우리 두산 베어스를 끝까지 성원해주시고 선수단을 끝까지 사랑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김 전 감독이 시구를 마치자 3루 더그아웃에 있던 김태형(59) 롯데 감독이 미소를 머금고 그라운드로 나왔다. 김태형 감독 역시 김인식 전 감독의 재임 시절 두산 선수로 활약했다. 김 전 감독과 두 현역 김 감독, 그리고 시구를 받은 두산 포수 양의지(39)는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하며 3대(代)에 걸친 사제의 정을 나누었다.

두산 양의지(왼쪽부터), 김태형 롯데 감독, 김인식 전 감독, 김원형 두산 감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경기 후 치러진 '잠실야구장 은퇴식'에서 두산 선수단은 김인식 전 감독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김원형 감독은 홈 팬들에게 "좀더 오랫동안 가을야구를 즐기실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투수 이영하(29)는 "잠실 말고 광주도 가고, 대구도 가고, 수원도 갈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 정수빈(36)은 "11월까지 야구 하고, 잠실야구장을 더 찾아오실 수 있게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정규시즌 5위 두산은 14일 오후 6시 30분 잠실구장에서 4위 LG와 포스트시즌 첫 관문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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