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플레이오프(PO)를 거쳐 올라온 하위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이다. 역대 35차례 한국시리즈(양대리그, 준PO 체제 확립 전 시즌 제외)에서 단 5번만 최종 승자가 됐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가 바라보는 모범사례가 있다.
삼성은 3일 오후 6시 30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T 위즈와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1차전을 시작한다.
정규리그에선 상대전적 9승 7패로 앞섰으나 PO에서 5차전까지 치른 뒤 단 하루만 쉬고 나서는 무대이고 전력도 온전치 않은 상태라 KT에 무게가 쏠리는 게 사실이다.
역대 사례를 봐도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1위팀의 우승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업셋이 힘든 이유 중 가장 먼저 손꼽히는 건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체력적 소모가 크다는 점이다.
그러나 '업셋의 조건'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반전이 숨어있다. PO 승리 팀을 '5차전까지 치른 팀'과 '5차전 이전에 끝낸 팀'으로 분류해 보면 5차전 끝장 승부를 펼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2.5배 가량 높았다.
역대 단일시즌 35회 중 PO를 3승 2패로 통과한 경우는 13차례였는데 이 중 3개 팀(1992년 롯데, 2015년 두산, 2018년 SK)이 정규 1위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3.1%의 우승 확률을 보였다. PO를 일찌감치 마치고 체력을 아꼈던 22개 팀 중 정상에 오른 건 1989년 해태(PO 3승)와 2001년 두산(PO 3승 1패) 단 두 팀으로 우승 확률은 9.1%에 불과했다.
체력적 열세는 부인할 수 없는 약점이다. 하위 라운드를 거치고 올라온 팀들은 하나 같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144경기 정규시즌을 마친 뒤 어느 때보다 긴장도 높게 치르는 경기이고 한층 싸늘해진 날씨까지 몸이 경직되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뜻하지 않은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진통제를 맞으며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그럼에도 언더독의 반란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기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규 1위팀의 약점은 경기 감각에 있다. 정규시즌을 마친 뒤 3주 가량을 쉬어가는 1위팀이 시리즈 초반 타격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애를 먹는 경우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하위팀은 타격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한국시리즈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체력적인 부담은 크지만 오히려 휴식을 하루만 취하는 건 그 감각이 사그라들지 않게끔 돕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삼성도 이러한 언더독의 희생양이 된 아픈 기억이 있다.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던 삼성은 2015년 준PO 4경기, PO 5경기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두산에 첫 경기를 따내고도 4연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후 삼성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2021년이 되기까지 가을야구는 남의 잔치였다. 12년 만에 나선 한국시리즈는 다를 것이라고 단단한 각오를 나타냈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에도 밀린다. 삼성은 적진에서 열리는 1,2차전에 아리엘 후라도와 크리스 페덱을 등판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최원태와 장찬희, 양창섭 등으로 1승 1패를 이뤄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타선의 분발이 요구된다. PO를 통해 끌어올린 타격감을 시리즈 초반 폭발시켜야 3,4차전 1,2선발이 나설 때 안방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너무 뻔한 그림은 스포츠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언더독의 반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번엔 삼성이 어떤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3일 수원으로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