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슬라이더였다" 3년 전 KS 역전포 악몽→이번엔 7-8 한 점 차 위기서 3연속 KKK! KT 수호신도 뿌듯한 5아웃 SV

수원=김동윤 기자
입력 2026.11.04 11:01 수정 2026.11.04 11:01
KT 위즈 마무리 박영현이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6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회초 1사 만루 위기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 3탈삼진으로 팀의 8-7 승리를 지켰다. 박영현은 9회초 3연속 탈삼진을 포함해 압도적인 슬라이더 투구로 세이브를 기록하며 3년 전 한국시리즈 역전 홈런의 아픔을 씻어냈다. KT는 1차전 승리로 73.8%의 우승 확률을 잡았으며 박영현은 남은 경기에서도 뒷문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KT 박영현이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내 인생에서 제일 좋은 슬라이더가 계속 나왔다."

8점 차 리드가 한 점 차까지 좁혀진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KT 위즈 마무리 박영현(23)이 생애 최고의 슬라이더를 앞세워 한국시리즈(KS) 첫판을 지켜냈다. 3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뼈아픈 역전 홈런을 허용했던 아픔도 씻어냈다.

박영현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1차전에서 8회초 1사 만루에 구원 등판해 1⅔이닝 동안 실점, 피안타, 사사구 없이 삼진 3개만 솎아내는 퍼펙트 피칭으로 세이브를 수확했다.

KT는 박영현의 역투 속에 삼성을 8-7로 꺾고 기선을 제압했다. 역대 42차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한 사례는 31차례(73.8%)였다.

한때 KT가 8-0으로 앞섰으나 삼성의 반격은 거셌다. 7회초 구자욱의 투런포를 시작으로 5점을 내줬고, 8회초에도 김성윤의 적시타와 김영웅의 볼넷으로 8-6,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이강철(60) KT 감독은 박영현을 조기 투입했다.

박영현은 류지혁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대타 김현준 타석에서 높은 직구가 크게 빠지는 폭투로 한 점을 더 내줬다. 7-8, 단 한 점 차였다. 그러나 시속 150㎞ 직구로 김현준을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가까스로 8회를 끝냈다.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1차전 KT 위즈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가 3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박영현이 8회 구원 등판,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진가는 9회초에 드러났다. 박영현은 첫 타자 이재현의 4구째부터 대타 전병우까지 무려 7구 연속 슬라이더를 던지며 연속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마지막 박승규마저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압도적인 3연속 탈삼진으로 8-7 승리를 확정했다.

경기 후 박영현은 "내가 워낙 직구가 좋은 투수인 만큼 타자들도 직구를 치려고 해서 슬라이더가 더 효과적이었다. 오늘 슬라이더가 좋아 체인지업보다 많이 선택했다"며 "그냥 잘 감겼다기보다는 내 인생에서 제일 좋은 슬라이더가 계속 나왔다"고 만족했다.

포수 한승택(32)과 호흡도 빛났다. 한승택은 "오늘 (박)영현이의 슬라이더가 워낙 좋았다. 장타는 조심해야 하니 단타를 맞더라도 장타는 피하자는 볼 배합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영현도 "(한)승택이 형이 직접 공을 받아보고 사인을 낸 것이기 때문에 형을 믿고 던졌다"고 화답했다.

사실 박영현은 8점 차 리드에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그는 "분위기가 한순간 넘어가면 지는 게 이런 시리즈다. 7회말부터 몸을 풀었다"며 "8회 1사 만루에 올라갔을 때가 가장 떨렸다. 그때 공을 던지고 나니 긴장이 조금 풀렸다"고 털어놨다.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1차전 KT 위즈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가 3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마무리 박영현이 9회초 2사에서 삼성 박승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매조지한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세이브였다. 2023년 LG 트윈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4-3으로 앞선 8회말 박동원에게 역전 투런포를 허용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KT는 1승 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올해는 다르다. 정규시즌 56경기 7승 무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48로 KT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삼성전 6경기에서 5세이브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고, 이번에는 한국시리즈 첫 경기부터 5아웃 세이브로 그 강세를 이어갔다.

이강철 감독은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박영현이 4세이브를 가져가 MVP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첫판부터 사령탑의 믿음에 응답한 셈이다.

박영현 역시 경기 전 "7경기 다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웃으면서 "오늘(3일) 경기가 넘어갔으면 많이 어려웠을 것 같다. 첫 경기를 잡으면서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왔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3승 남았다. 내가 뒷문을 잘 막아야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MVP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우승만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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