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3루타 처음 쳐봐" 놀랐던 디아즈, 알고 보니 MLB·도미니카서 쳤었다→'3년 만의 깜짝 질주'

수원=박수진 기자
입력 2026.11.05 09:09 수정 2026.11.05 09:09
삼성 라이온즈의 르윈 디아즈가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선제 1타점 적시 3루타를 터뜨리며 팀의 3-2 승리에 기여했다. 디아즈는 한국 무대 3시즌 만에 처음으로 3루타를 기록했으며, 이는 메이저리그와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 이후 약 3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경기 후 디아즈는 사이클링 히트 욕심보다는 팀 승리에 집중했으며, 자신의 수비 실책에 대해 박진만 감독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2차전 KT 위즈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가 4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디아즈가 2회초 무사 2루에서 선제 1타점 3루타를 날리고 질주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삼성 5번타자 디아즈가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라이온즈와 KT위즈 경기 2회초 무사 2루에서 1타점 3루타로 출루하고 있다. 2026.11.04. /사진=강영조 cameratalks@

"살면서 3루타를 쳐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처음인 것 같다."

KBO 리그 3년차 외인은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깜짝 놀라며 웃었다. 하지만 본인조차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기억일 뿐, 알고 보니 메이저리그(MLB)와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에서 3루타를 날렸던 역사가 있었다. 무려 약 3년 만에 터진 진귀한 3루타가 한국시리즈라는 가장 결정적인 무대에서 터져 나왔다.

화제의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30)다. 디아즈는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2차전에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회초 천금 같은 선제 1타점 적시 3루타를 터뜨리며 팀의 연장 12회 3-2 승리에 기여했다.

진귀한 장면은 2회초 삼성 공격에서 연출됐다. 선두타자로 나선 최형우가 1볼 2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를 공략해 우익 선상으로 흐르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무사 2루 득점권 찬스 타석에 들어선 디아즈는 속전속결로 방망이를 돌렸다. 초구 볼을 침착하게 지켜본 뒤 2구째를 매섭게 통타했다.

배트 중심에 제대로 얹힌 타구는 담장 쪽으로 날아갔다. KT 우익수 최원준의 포구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고, 2루 주자 최형우가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그 사이 타자 주자 디아즈의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았다.

1루를 돌아 2루에 도달한 디아즈는 멈추지 않고 3루로 돌진했다. 190cm가 훌쩍 넘는 커다란 체구를 이끌고 전력 질주를 펼친 끝에 슬라이딩으로 3루 베이스를 찍었다. 판정 역시 여유 있는 세이프.

그라운드를 지켜보던 팬들과 중계진 모두 탄성을 내질렀다. KBO 리그를 뛰는 동안 3루타가 단 하나도 없었던 디아즈가 한국 무대 3시즌 만에 발로 만든 첫 3루타를 완성하며 삼성이 1-0 리드를 잡았다. 비록 후속 류지혁의 유격수 땅볼 때 홈으로 쇄도하던 디아즈가 비디오 판독 끝에 태그 아웃되며 추가 득점은 무산됐지만, 거구의 중심 타자가 몸을 던진 투지 넘치는 질주는 더그아웃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경기 후 공식 수훈선수 인터뷰실에 들어선 디아즈는 2회 3루타 장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디아즈는 "솔직히 내 야구 인생을 다 통틀어도 3루타를 쳐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아즈의 기억과 달리, 그의 프로 커리어에 3루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112경기에서 딱 1개의 3루타를 기록한 바 있다. 마이애미 말린스 소속이던 지난 2021년 9월 13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원정경기에 대타로 출전해 맥스 프리드(현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3루타를 뽑아냈다. 이후 2023-2024시즌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에서 기록한 뒤 무려 약 3년 동안 3루타가 없었다. 본인조차 잊고 있었을 만큼 진귀했던 기록이 3년 만에 깜짝 재현된 셈이다.

디아즈는 당시 저돌적인 주루에 대해 "타구를 날리고 외야를 봤는데 공이 펜스 바닥 쪽에 굴러다니고 있더라. 그 순간 '어떤 다리로든 무조건 3루까지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3루타 자체가 내 우선순위라기보다는 오직 팀을 위해 베이스를 하나라도 더 얻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뛰었다. 어떻게든 3루에서 살아서 정말 다행이고 기분이 너무 좋다"고 유쾌하게 돌아봤다.

이날 디아즈는 단타, 2루타, 3루타를 차례로 뽑아내며 사이클링 히트에 홈런 딱 한 개만을 남겨두기도 했다. KBO 포스트시즌 역사에서 사이클링 히트는 전무하다. 대기록 욕심에 대해 그는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이 '홈런 하나만 더 치면 사이클링 히트'라며 계속 외치긴 했다"면서도 "하지만 그 생각을 머릿속에 집어넣지 않으려 했다. 그런 생각을 품는 순간 나쁜 공에 손이 나가고 스윙이 망가진다. 경기가 워낙 타이트하게 흘러갔기 때문에 오직 팀을 위해 출루하고 찬스를 잇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치명적인 수비 실책으로 팀을 위기에 빠뜨렸던 순간에 대해서는 사령탑을 향한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디아즈는 "오늘 공수에서 스스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요한 순간 실책을 저질러 팀을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갔다. 너무 죄책감이 컸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박진만 감독님께 찾아가 90도로 고개 숙여 사과드렸다"며 "불펜 투수들이 끝까지 버텨줘서 이길 수 있었다. 이겨서 정말 다행"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기억조차 희미했던 '약 3년 만의 3루타'를 터뜨리며 그라운드를 뒤흔든 디아즈. 개인 기록 욕심을 내려놓고 팀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투지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전선에 뜨거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2차전 KT 위즈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가 4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디아즈가 연장 10회말 실책을 범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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