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현(23) 한 명으로 한국시리즈(KS) 우승이 가능할까. KT 위즈가 2경기 연속 마무리를 8회에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치고도 뒷문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지 못했다. 박영현을 제외한 불펜 평균자책점은 무려 9.64다.
KT는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전날 1차전을 8-7로 승리했던 KT는 홈에서 1승 1패에 그친 채 대구 원정길에 오르게 됐다.
선발 고영표는 7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마무리 박영현도 이틀 연속 8회 1사에서 등판해 1⅔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버텼다. 전날 22구를 던진 데 이어 이날도 23구를 뿌리며 2경기에서 벌써 45구를 소화했다.
문제는 박영현이 내려간 뒤였다. 연장 10회초 등판한 스기모토 코우키는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김성윤의 희생번트와 구자욱의 자동 고의4구로 이어진 2사 1, 2루에서 전용주가 르윈 디아즈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1-2 역전을 허용했다.
KT는 10회말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장 12회초 다시 무너졌다. 1사 1, 2루에서 이재현의 땅볼을 잡은 우규민이 2루에 송구해 선행 주자를 잡았다. 그러나 2루수 오윤석의 1루 송구가 정확하지 않았고, 김현수마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사이 디아즈가 결승점을 올렸다.
마지막 실점은 수비 실책에 따른 비자책점이었다. 다만 박영현이 내려간 뒤 다시 주자를 내보내고 위기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불펜의 불안도 지울 수 없었다. 이틀간 기록을 합치면 문제는 더욱 선명해진다. 박영현은 1, 2차전에서 3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반면 박영현을 제외한 KT 구원진은 4⅔이닝 동안 6실점(5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9.64에 달한다.
박영현 혼자 10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나머지 불펜 투수들은 모두 합쳐 14개를 잡는 데 그친 것. 전날 1차전에서도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KT는 6회까지 8-0으로 앞섰으나, 7회초 선발 데이비스 대니엘이 구자욱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뒤 급격히 흔들렸다.
부족한 좌완 불펜 탓에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한 로건 앨런이 ⅓이닝 2실점으로 무너진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김정운은 ⅓이닝 1실점, 오원석도 ⅓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손동현만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불펜 투수 4명이 고작 1⅓이닝을 책임지면서 4점을 내준 탓에 8점 차 리드는 순식간에 한 점 차까지 좁혀졌다.
결국 이강철(60) KT 감독은 8회초 1사 만루에서 박영현을 호출해야 했다. 박영현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지 못했다면 다 잡았던 승리마저 놓칠 뻔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투수 교체 실수를 인정했고, 삼성의 강력한 좌타선을 상대할 불펜 운용에도 고민을 드러냈다. 로건과 오원석을 대안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두 선수 모두 1차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더 큰 문제는 남은 일정이다. 한국시리즈는 최대 7차전까지 이어진다. 남은 선발 투수들이 매번 6~7이닝을 책임진다는 보장도 없다. 박영현은 이미 이틀 연속 5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졌고, KT는 아직 우승까지 3승이 더 필요하다. 박영현은 1차전 승리 후 "앞으로 3승 남았다. 내가 뒷문을 잘 막아야 우승할 수 있다. MVP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우승만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박영현에게만 의존하는 운용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걸 보여준 2차전이다. 선발 투수가 내려간 뒤 박영현이 등판할 때까지 최소 1~2이닝 이상을 막아줄 불펜의 존재가 시급한 가운데, 하루 휴식 후 KT가 어떠한 해답을 들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