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신인 투수에게 외국인 선발투수와의 맞대결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싶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고졸 신인 장찬희(19)가 당찬 각오를 실제 투구로 증명하며 팀을 한국시리즈(KS) 우승 문턱까지 이끌었다.
장찬희는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투구 수는 63개였다.
삼성은 장찬희의 호투와 11안타를 터뜨린 타선의 활약을 앞세워 KT를 10-5로 제압했다. 1차전 패배 후 3연승을 달리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 2014년 이후 12년 만의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겼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장찬희는 "어제(6일)도 우리가 질 것 같다고 예상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꼭 이기고 싶었다. 그런 예상을 무조건 뒤집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이고 스무 살이지만, 나도 똑같이 돈 받고 야구하는 프로 선수다.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 그런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꼭 이기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선발 맞대결은 장찬희의 완승이었다. KT 외국인 투수 로건 앨런(29)이 1이닝 5피안타 4사사구(3볼넷 1몸에 맞는 공) 6실점으로 무너진 반면 장찬희는 4이닝 동안 KT 타선에 단 1점만 내줬다.
경남고 출신 장찬희는 2026 KBO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9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지난해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마산용마고를 상대로 8⅔이닝 1피안타 1볼넷 12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한 대형 유망주였다.
프로에 입단해서도 배짱을 잃지 않았다. 올해 정규시즌 41경기에서 76이닝을 소화하며 4승 5패 3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선발 등판도 9차례 경험했다. 다만 한국시리즈 첫 등판이었던 지난 3일 1차전에서는 구원으로 나서 2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박진만(50) 삼성 감독의 믿음은 굳건했다. 박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 "현재 불펜에서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자원 중 컨디션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며 "1차전 때도 씩씩하게 던졌다. 아무 때나 마운드에 올라가도 주눅 들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장찬희는 1회초 장진혁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허용했음에도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1회말 타선이 6점을 뽑아주자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다. 2회초 김상수, 허경민, 한승택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는 데 단 9구, 3회초 장준원, 최원준, 장진혁을 처리하는 데는 겨우 8구만 사용했다. 두 이닝을 공 17개로 끝냈다.
장찬희는 "홈런은 너무 쉽게 승부하려다가 맞았다. 하지만 1회말에 6점을 뽑아주셔서 빠르게 승부하려고 했다"며 "내가 볼넷을 계속 내주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고 흐름이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장찬희는 직구 27개, 포크볼 29개, 커터 7개를 구사했다. 시즌 때보다 구속이 떨어진 걸 주 무기 포크볼을 전체 투구의 약 46%까지 활용하며 약점을 지웠다.
장찬희는 4회초에도 1사 후 힐리어드에게 볼넷, 김현수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상수와 허경민을 연속 뜬공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버텼다. 아쉬움은 그다음이었다. 4이닝을 63구로 막아낸 장찬희는 5회초 시작과 동시에 미야모리 사토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승리투수 요건까지 단 1이닝이 부족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신인 투수의 선발승은 8차례 나왔다. 이 가운데 고졸 신인 선발승은 1992년 염종석(롯데), 1998년 김수경(현대), 2004년 오주원(현대), 2007년 김광현(SK)까지 단 4차례뿐이다.
장찬희가 5회까지 버텼다면 김광현 이후 19년 만의 고졸 신인 한국시리즈 선발승이자 역대 최연소 선발승 기록까지 노려볼 수 있었다. 종전 최연소 기록은 김수경이 세운 19세 2개월 10일이다. 이날 장찬희는 19세 1개월 2일이었다.
하지만 장찬희는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를 더 기뻐했다. 그는 "더 던지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그 아쉬움보다 팀이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데 힘을 보탰고 승리했다는 기쁨이 더 크다"고 밝혔다.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는 감정이 북받치기도 했다. 장찬희는 "고교야구 때는 잘 던지고 내려오면 소름이 돋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우승까지 한 걸음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울컥하는 감정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정말 이제 딱 한 걸음 남았다고 생각하니 너무 설렌다. 내일 꼭 대구에서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역대 KBO 한국시리즈(KS) 루키 선발승 관련 기록
- 역대 KBO 한국시리즈 루키 선발승 - 8회
1) 김정수(해태) : 1986년 10월 25일, 잠실 삼성전 KS 5차전, 5이닝 2실점 (대졸/24세 3개월 1일)
2) 윤형배(롯데) : 1992년 10월 9일, 대전 빙그레전 KS 2차전, 8⅓이닝 2실점 (대졸/23세 5개월 19일)
3) 염종석(롯데) : 1992년 10월 12일, 사직 빙그레전 KS 4차전, 5⅔이닝 3실점 (고졸/19세 6개월 22일)
4) 진필중(OB) : 1995년 10월 21일, 잠실 롯데전 KS 6차전, 9이닝 1실점 (대졸/23세 8일)
5) 임선동(LG) : 1997년 10월 20일, 잠실 해태전 KS 2차전, 5이닝 1실점 (대졸/24세 2개월 16일)
6) 김수경(현대) : 1998년 10월 30일, 인천 LG전 KS 6차전, 6⅓이닝 무실점 (고졸/19세 2개월 10일)
7) 오주원(현대) : 2004년 10월 27일, 잠실 삼성전 KS 5차전, 5⅔이닝 1실점 (고졸/19세 6개월 26일)
8) 김광현(SK) : 2007년 10월 26일, 잠실 두산전 KS 4차전, 7⅓이닝 무실점 (고졸/19세 3개월 4일)
- 역대 KBO 한국시리즈 고졸루키 선발승 - 4회
1) 염종석(롯데) : 1992년 10월 12일, 사직 빙그레전 KS 4차전, 5⅔이닝 3실점 (19세 6개월 22일)
2) 김수경(현대) : 1998년 10월 30일, 인천 LG전 KS 6차전, 6⅓이닝 무실점 (19세 2개월 10일)
3) 오주원(현대) : 2004년 10월 27일, 잠실 삼성전 KS 5차전, 5⅔이닝 1실점 (19세 6개월 26일)
4) 김광현(SK) : 2007년 10월 26일, 잠실 두산전 KS 4차전, 7⅓이닝 무실점 (19세 3개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