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한국토지신탁(이하 한토신) 대주주 승인안건 심사가 보류됐다. 이에따라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국내 보고펀드가 손잡은 '보고-프론티어PEF'의 한토신 2대 주주 지분인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 보고-프론티어PEF의 한토신 대주주 승인심사 안건이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지난 4일 증선위 사전보고에서 지적된 보완사항들에 대해 금감원이 추가자료를 제출해 25일 증선위원들에게 보고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위원들간 법적용이나 정책판단 등 실무조율이 필요해 이날 안건상정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고-프론티어PEF의 지분 인수계약 만기가 이달까지라고 하지만 쟁점이 남아있는 상태인 만큼 이를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증선위는 한토신 2대주주인 아이스텀인베스트 측의 보고-프론티어PEF에 대한 지분매각의 적법성과 한토신 경영권 변화에 대한 보완자료를 요구한 바 있다. 당장 안건심사가 미뤄지면서 3월 말 한토신 주총에서 표대결을 염두에 뒀던 보고-프론티어PEF 측의 계획이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애초 보고-프론티어PEF 측은 금융당국 심사통과를 전제로 한토신 2대 주주 아이스텀인베스트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지어 총 35.2%의 지분을 확보한 뒤 일부 중립적 성향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최대주주인 MK전자측(37.56%)과 주총 표대결을 염두에둬왔다.
하지만 안건심사가 미뤄짐에따라 내달열리는 차기 증선위에 재논의가 불가피해졌다. 당장 보고-프론티어 PEF의 지분 인수계약은 이달 말까지여서 아이스텀인베스트와의 계약연장 등 후속조치가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은 해외 사모펀드가 국내 금융사를 우회 인수하는 선례가 될 것으로 판단해 신중한 입장이다. 외형적으로 법적요건을 완비했지만 이를 무작정 승인시 유사한 방식의 국내 금융사 인수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당국은 1997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뒤 먹튀논란이 일자 외국계 사모펀드가 국내 금융사의 대주주가 되기위해서는 까다로운 심사와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지나치게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KKR은 아이스텀인베스트와 한토신 지분 양수 계약을 맺은 프론티어 PEF에 LP(유한책임사원)로서 지분 90%를 출자할 예정이었지만 실질적인 인수주체에 대한 의혹이 일자 지난 1월 보고펀드와 손잡고 인수구조를 변경했다.
보고펀드와 프론티어 PEF가 공동 GP(무한책임사원)를 맡고 LP 출자지분도 보고펀드와 KKR이 각각 50%씩 책임지는 구조로 바꿨다. 보고펀드와 프론티어 PEF는 한토신 지분인수 후 상호 비토권(거부권)을 가진다는 계약도 체결했다. 보고펀드의 LP 출자지분은 모두 국내 기관들이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프론티어 PEF가 KKR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보고펀드측은 KKR의 경영참여가 봉쇄됐다는 점을 금융당국에 적극 강조해 왔지만 여전히 KKR에 대한 의심은 사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관련, IB(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법적 요건을 갖췄음에도 의혹만으로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면 과잉규제나 역차별 논란이 일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토지신탁은 1996년 LH의 전신인 한국토지공사가 설립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2013년 기준 부동산신탁시장 점유율 36%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02년 9월 참여정부 당시 공기업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민영화가 이뤄졌으며 아이스텀인베스트 등 사모펀드들이 지분을 매입했다. 당초 부동산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다 2011년부터 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3월 아이스텀은 한토신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고 같은해 8월 KKR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이후 인수대상 펀드로 프론티어가 등장함에 따라 KKR이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심사를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