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현직 노조위원장이 미신고 계좌로 9억원 규모의 주식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노조위원장은 중징계를 받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의 각종 금융상품 심사와 자율 규제를 총괄 책임지는 금투협에서도 특히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노조위원장이 불법 주식거래에 나선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협회의 부실한 내부 통제와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 7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금투협 노조위원장 이모씨에 대해 중징계를 부과하기로 했다. 제재수위는 감봉 3개월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에 실시한 정기검사에서 이씨의 미신고 계좌 주식거래를 적발하고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을 사전 통보했다. 그러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씨가 과거 금감원장 표창을 받은 사실이 감안돼 1단계 감경된 감봉 3개월로 상정됐다. 감봉 역시 중징계로 현행법상 추후 금융사 임원으로 선임될 때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은 반드시 본인 명의로 회사에 신고한 계좌 1개를 통해서만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해야 한다. 또 종목이나 주문가, 거래규모 등 매매명세를 분기별로 소속 회사에 통지해야 한다. 금투협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어 회원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또 금융당국의 정책 정보를 일부 공유하고 금융당국의 위임을 받아 각종 금융투자상품 심사와 자율규제 권한도 행사하고 있다. 각종 정보가 모이는 만큼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회사와 동일하게 임직원의 주식거래가 제한된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거래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취지다.
이씨는 2013년과 2104년에 미신고 계좌를 통해 9억원 가량을 총투자금으로 주식을 운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금융사 직원들은 주식 매매를 해도 많아야 1억~2억원 수준인데 이씨의 주식 운용자금은 상당히 많은 액수”라며 “이씨도 금감원 검사 결과에 대해 특별한 이의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씨는 금감원에서 내리는 신분 징계 외에 금융위원회에서 최대 5000만원인 과태료도 부과받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의견을 진술하지 않았으며 특별히 할 말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금투협의 비용 절감을 추진했던 박종수 전임 금투협회장을 도덕성 문제로 강도 높게 비난했던 인물이다. 박 전 회장이 국제회의 등에 참석하느라 출장을 간 것에 대해 외유성 출장에 예산을 낭비한다고 비판하고 2013년 송년회 행사를 민소매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서빙하는 호프집에서 진행했다고 박 전 회장을 성희롱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금투협 노조의 성희롱 고발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전임 금투협회장을 외유성 출장, 송년회 장소의 적절성 등을 문제 삼아 도덕적으로 비판해온 노조위원장이 미신고 계좌로 9억원을 주식 매매로 운용하고 있었다는게 역설적”이라며 “금투협이 강성 노조위원장의 눈치를 보느라 내부통제에 소홀했던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금투협은 지난해 증권업계가 초유의 불황 속에서 대규모 감원에 나서자 임금 동결 등으로 고통 분담에 나섰으나 연봉이나 직원 처우 등이 여전히 업계 평균 수준을 크게 웃돈다는 업계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황영기 신임 금투협회장이 대대적인 조직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이번에 다시 현직 노조위원장의 비위가 드러남에 따라 대외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전망이다.
한편, 금감원은 금투협에서 노조위원장 외에 대리급 직원 한명도 1억원 가량을 미신고 계좌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던 사실을 적발해 ‘견책’ 조치를 내렸다. 주식 운용 규모가 노조위원장에 비해 적어 경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은 최근 사전예고한 5대 집중 검사사항에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자기매매를 포함시켰다. 또 기존에는 미신고 계좌나 차명계좌만 제재했으나 올해부터는 직무정보를 이용해 고객재산에 손실을 입혔는지까지도 조사해 엄중 제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