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성과가 부진한 해외주식 위탁운용사에 칼을 빼들었다. JP모간과 모간스탠리, 템플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운용사가 고액의 수수료를 챙기면서도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해외주식 위탁운용체계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기금운용본부는 해외주식 위탁운용사의 운용펀드 수익률을 공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의 펀드 수익률을 공개하는 것은 현재 계약상 금지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운용위원들이 경쟁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해외 위탁운용사의 수익률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CIO)에게 전달했다"며 "홍 본부장이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 470조원의 12% 수준인 56조6000억원을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중 위탁운용 비중은 80%에 달한다. 45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JP모간과 모간스탠리, 템플턴 등 44개 운용사의 손에서 운용된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2009년 12월29일부터 해외주식 직접운용을 시작한 이후 사실상 첫 해인 2010년을 제외하면 2011년부터 줄곧 위탁운용 수익률이 직접운용 수익률을 밑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주식 위탁운용 수익률은 원화 기준으로 △2011년 -7.35% △2012년 10.33% △2013년 20.95% △지난해 8.57%로 직접운용 수익률보다 각각 1~4%포인트 낮다.
연기금·공제회의 경우 직접운용은 지수를 추종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패시브 방식으로, 외부 운용사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급하고 맡기는 위탁운용은 액티브 방식으로 각각 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해외주식투자는 국내에서 정보를 얻거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해외지역별 사정에 밝은 글로벌 운용사에 위탁하는 비중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해외주식 위탁운용사 44개사 가운데 국내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2개사에 불과하다. 국내 운용사가 포함된 것도 지난해부터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당연히 위탁운용에 대한 기대감과 목표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실제 성과는 반대로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해외 운용사의 수수료 수준을 감안하면 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해외주식 위탁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연간 44bp(0.44%포인트)로 국내주식 위탁운용 수수료(21bp)의 두배가 넘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말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2013년 해외주식 위탁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355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시장 집중투자에 따른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해외주식 투자비중을 12%에서 2019년 15%로 확대하기로 하면서도 해외주식 위탁운용 비중은 75~95%에서 70~90%로 낮추기로 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결정이었다는 분석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글로벌 운용사의 이름값에 끌려다녔던 국민연금이 저조한 수익률에 칼을 꺼낸 것"이라며 "위탁비중 축소 방침에 이어 수익률 공개 등 체계개선까지 검토하면서 운용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