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릭스·우리은행, 실트론 공동투자…2018년 상장

박준식 기자
2015.12.01 10:13

보고펀드서 압류된 29.4% 2250억에 PEF로 재투자…오릭스 500억, 우리은행 후순위CB 500억, 1250억 차환 및 원리금 후취

오릭스와우리은행이 보고인베스트먼트 펀드의 채무불이행으로 압류된 LG실트론 지분 29.4%를 PEF(사모투자펀드)로 다시 사들이는 공동 투자에 합의했다. 보고펀드의 채권자로서 실트론 해당 지분을 압류했던 우리은행은 CB(전환사채) 방식으로 500억원을 재투자하는 구조화 금융으로 이 거래를 성사시켰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오릭스는 LG실트론 지분 29.4% 매매에 관한 거래구조와 세부내용에 합의했고 회사 대주주인 ㈜LG(51%)로부터 기업공개(IPO)에 대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LG그룹은 당초 오릭스가 실트론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고 소수지분인 29.4%(보고펀드 소유의 압류분) 뿐만 아니라 KTB프라이빗에퀴티가 보유한 19.1%까지 모두 인수하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거래가 반 년 이상 미뤄지고 오릭스가 매매철회의사를 보이자 대승적 차원에서 조건을 대부분 수용하기로 했다.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LG가 오릭스 측에 사외이사 1인 선임권을 보장하고 2018년 말까지 투자 이후 3년 내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약속하기로 했다"며 "실트론이 올해부터 흑자를 낼 것이기 때문에 상장과 회사 지배구조 정리는 LG로서도 반길만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지부진했던 이 거래를 상업은행으로서는 혁신적인 발상을 통해 해결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우선 보고펀드 소유분이었던 29.4% 지분을 압류한 근거가 되는 2250억원의 미회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거래금액을 해당 채권액으로 확정했다. 보고펀드가 2007년 4246억원에 샀던 실트론 29.4%를 우리은행이 당시 빌려준 금액인 2250억원에 오릭스가 다시 사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자신들의 채권액을 보전하면서도 거래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실제 오릭스의 투자액은 500억원으로 축소했다. 여기에 우리은행도 500억원을 CB 형태로 후순위 재투자해 오릭스의 부담은 다시 경감하고 2018년 상장이 성공할 경우 자신들의 투자이익 여지를 만들어 채권회수액을 높이도록 했다.

다시 말하면 오릭스와 우리은행이 실트론 29.4%를 인수하기 위해 각자 부담의 500억원을 투자해 PEF를 만들고 이 펀드가 특수목적회사(SPC)에 투자를 하면 주식을 근거로 다시 1250억원의 인수금융이 차환(리파이낸싱) 개념으로 더해져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여기서 5% 이자를 후취 조건으로 다시 꿔주는 구조화를 완성하게 된다.

오릭스는 현 시점에서는 500억원만 투자해 2250억원 규모의 딜을 성사시키고 2018년 내에 실트론이 상장되면 구주매출을 통해 해당 지분을 매각해 투자수익을 거두는 효과를 얻게 됐다. 우리은행도 3년 내에 500억원의 CB를 보통주로 전환해 추가수익을 얻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채권형태로 고정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당장 부실채권으로 평가되던 실트론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실트론은 3분기 말까지 5840억원의 매출액과 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이 지난해 361억원에서 대폭 줄었고 올해 4분기 실적이 더해지면 3년만에 흑자전환도 기대된다. LG그룹은 올해 말 실트론의 턴어라운드와 2017년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의 정상회복, 그리고 2018년 내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LG와 우리은행 외에 현재 실트론 지분 19.1%를 보유한 KTB PE는 주주 간 계약이 정식으로 맺어지면 이를 토대로 자신들의 채권은행인 농협과 채무연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3년 내 상장 계획을 근거로 채권단을 설득해 채무불이행 사태를 막아보려는 심산이다.

거래 관계자는 "LG가 지난해부터 지속된 실트론 사태를 정리하기 위해 경영참여 부분에서 양보하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고 우리은행도 출자전환에 준하는 CB 재투자 결정을 내리면서 1년간 지연됐던 거래가 성사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번 딜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씨앤앰 인수금융 상환 문제 등에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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