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없지만 버크셔는 있다"…'포스트 버핏' 우려 씻어낸 투자의 힘

"버핏 없지만 버크셔는 있다"…'포스트 버핏' 우려 씻어낸 투자의 힘

오마하(미국)=심재현 특파원
2026.05.03 16:33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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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없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은 기우였다. 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버크셔 주주총회 이후 월가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시장에선 '포스트 버핏 시대'가 연착륙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15년째 버크셔의 오마하 주총에 참석했다는 한 개인 투자자는 "더이상 버핏의 농담을 듣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버크셔의 가치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버크셔의 올해 주총은 지난 1월 은퇴한 버핏의 후계자 그렉 에이블 최고경영자(CEO)의 데뷔 무대로 주목받았다. 에이블은 버핏의 투자 철학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그동안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온 인공지능(AI) 등 기술주에 대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버핏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며 AI 관련 기술주와 거리를 뒀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에이블은 "단순히 기술을 구매하는 기업에 머물지 않고 기술을 직접 구축하는 기업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버크셔 소유의 북미 최대 철도회사 BNSF와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BHE)에 AI를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렉 에이블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마하(미국)=심재현 특파원
그렉 에이블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마하(미국)=심재현 특파원

버크셔의 최대 투자 종목인 애플과의 관계도 AI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에이블은 이날 주총에 참석한 팀 쿡 애플 CEO를 소개하면서 "애플이 추진하는 온디바이스 AI 전략은 버크셔의 수많은 B2C 비즈니스와 결합할 수 있는 거대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애플의 AI 생태계가 버크셔 산하의 소비재 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가는 주총 기간 발표된 버크셔의 1분기 실적에도 주목했다. 버크셔의 1분기 영업이익은 113억5000만달러(약 16조7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다. 이 기간 순이익은 101억달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자산운용사 에드워드 존스의 제임스 새너핸 애널리스트는 "주주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리더십 교체기의 실적 공백이었다"며 "에이블은 전례 없는 효율성을 이끌어내며 경영 능력을 수치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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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시선은 이제 '현인'의 시대를 지나 전문 경영인의 시대로 접어든 버크셔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쌓은 3974억달러(약 590조원)의 현금을 어디에 투자하느냐로 향한다. 투자의 결과는 '에이블 체제'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에이블은 이날 구체적인 투자처를 밝히진 않았지만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토키오 마린과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 체결을 공개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사했다. 월가 한 투자자는 "애플이라는 거대한 기둥은 유지하면서도 일본 금융· 에너지·기술 등 새로운 기둥을 세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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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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