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과거 상장 폐지된 중국고섬 사태와 관련해 증권사에 부과한 법정 최대 규모의 과징금 취소 2심 소송에서 다시 패소했다. 향후 중국고섬 투자자들이 제기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최근 금융위원회와 한화투자증권의 중국고섬 상장폐지와 관련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2심 항소심 재판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금융위가 상장 공동대표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에 과징금을 부과한 게 부당하다며 한화투자증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은 "인수계약상 원고(한화증권)의 지위와 역할, 증권 공모 참여 시점 등에 비춰볼 때 원고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증거가 없다"며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각각한화증권과 KDB대우증권이 제기한 과징금 취소 1심 소송에서 패소해 항소를 제기한 바 있다. 앞서, 2013년 10월 한국거래소에서 상장폐지 된 섬유업체 중국고섬의 상장 공동대표 주관사를 맡았던 대우증권과 한화증권에 각각 법정 최대 규모인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0년 중국고섬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상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한 사실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우증권과 한화증권은 각각 2013년 12월 서울행정법원에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싱가포르에 본점을 둔 중국고섬은 2011년 1월 한국 증시에 상장한 뒤 같은 해 3월 회계부정 논란으로 거래정지를 당한 데 이어 2013년 10월 상장폐지 됐다. 이번 2심 판결로 조만간 서울고등법원의 대우증권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2심 항소심 판결도 금융위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증권업계 법률 전문가는 "통상 1심에서 유사한 두 사건에 이어 2심에서 두 사건 중 한 건도 패소해 나머지 한 건도 패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중국고섬 투자자들이 대우증권과 한화증권 등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우증권과 한화증권 등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면서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법원은 2011년 중국고섬 투자자 550명이 거래소와 대우증권, 한화증권, 회계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우증권에 중국고섬의 회계상황을 적정하게 검증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투자자에게 3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거래소와 한화증권, 회계법인 등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이 사건은 투자자 550명이 항소하면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이번 판결이 중국고섬 상장 폐지로 예상치 못한 투자 손실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상장 주관사인 한화증권과 대우증권에 유리한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로인해 배상 규모가 줄어들 경우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