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연구개발) 비용을 자산으로 회계 처리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과 달리 글로벌 바이오 기업은 개발비 대부분을 비용 처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테마 감리를 시발점으로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는 관행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美 길리어드사이언스, 천문학적 개발비 100% 비용 인식=독감치료제 타미플루로 유명한 글로벌 생명공학 1위 기업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연구개발비를 모두 비용 처리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201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4조2224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매년 3조원~4조원의 연구개발비를 100% 비용 처리해왔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사업보고서에서 R&D 비용과 관련된 회계정책과 관련, "FDA(미국 식품의약국) 판매 승인 이후에 발생하는 R&D 비용만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즉 임상 1,2,3상을 모두 통과하고 FDA 판매 승인을 받은 후 추가로 발생하는 개발비만 자산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판매 승인을 받기전까지 발생하는 대규모 개발비를 모두 비용 처리한다는 원칙이다.
지난해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매출액은 29조5218억원, 영업이익은 15조9714억원을 기록, 영업이익률은 54.1%에 달했다. 4조원대 천문학적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도 엄청난 이익을 낸 셈이다.
박동흠 공인회계사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스위스 노바티스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은 개발비를 비용 처리하며 보수적인 회계기준을 고수하고 있다"며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이익이 나지 않던 20년 전에도 보수적인 회계처리 기준을 지켰다"고 말했다.
국내 신약개발기업 신라젠도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와 마찬가지로 연구개발비를 100% 당기 비용 처리하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비 332억원을 모두 비용 처리했다"며 "신라젠의 회계처리 기준은 글로벌 제약사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기업, 주먹구구 회계 관행 바뀐다=2011년 연구개발비 회계기준 도입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관행처럼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해왔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 감리로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2011년 도입된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1038호에 따르면 기업 연구개발비 중 무형자산 인식 요건은 매우 까다롭다. 개발 중인 신약이 상업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만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 기업은 연구단계인 임상 1기부터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어 회계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회계처리 관행은 금융감독원 테마감리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감리에서 적발되면 분식회계로 회사와 회계사 모두 처벌받기 때문이다. 박시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감리를 통해 감리기관과 감사인, 회사가 합의할 수 있는 원칙이 도출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감원이 올해 연구개발비 분야를 테마감리 대상으로 정하자 제약바이오업계는 부담을 호소했다. 그동안 관행이었던 만큼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금감원은 "도입한 지 8년된 회계기준에 대한 감리를 부담스럽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