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완화라는 호재에도 한국 증시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에 설상가상 정부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 하향 소식까지 전해진 탓이다. 자칫 글로벌 증시 상승 흐름에서 한국만 소외됐던 2012년을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23% 하락하며 2100선(2096.02)을 내줬다. 코스닥 지수도 690선(693.04)에 턱걸이했다. 외국인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1314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573억원 어치 매도하고 선물시장에서도 6708계약 매도공세를 펼친 영향이 컸다.
외국인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친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그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전망, 정부의 GDP 성장률 전망치 하향까지 모두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삼성전자가 1%대 하락하고SK하이닉스는 3%대 하락했다. 일본 정부가 규제를 발표한 당일보다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더 커진 셈이다.
또 이날 정부는 올해 한국 GDP 전망치를 0.2%포인트 낮춘 2.4%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성장률을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은행은 현재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5%로 전망한 상태지만, 정부의 전망치 하향에 따라 오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제전망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망 하향으로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커졌다. 최광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이 완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고 올 들어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0%대를 지속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졌다"며 "연내 2차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금리 인하는 유동성 완화 조치인 만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3원 오른 1171.3원에 마감했다. 이틀 만에 16원 넘게 올랐다.
그러나 금리가 인하되고 원화 가치가 떨어져도 이것이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기 하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진행되는 조치인 탓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이날 성장률 전망치 하향을 통해 경제 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했음을 인정했다"며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10조원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투자 세액 공제율 한시 상향 등으로 민간 투자를 유도했지만, 시행까지 시간이 걸리고 대개 한시적인 조치인 만큼 정책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달러화 약세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설 기미를 보여왔다. 미·중 무역분쟁이 확산하지 않는다면 달러화 가치는 더욱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호주 중앙은행이 7월 기준금리를 1.00%로 25bp 인하하는 등 최근 주요국들도 통화 완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위축과 금융완화 정책이 결합되면 한국 주식시장에 좋을 것이 없다. 한국만 글로벌 증시 상승 흐름에 편승하지 못했던 2012년 장세가 연출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2012년과 달리 현재는 미국 금융완화로 달러화 약세를 기대할 수 있어 이전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