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실적으로 경영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방위적인 ESG 도입 요구가 계속되면서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강형덕 중소기업중앙회 제조혁신실장은 11일 머니투데이 주최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1 ESG 글로벌 로드쇼'에 참석해ESG 준비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느끼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국내 중소기업 수는 2019년 기준 전체 기업의 99%(688만 개), 중소기업 노동자는 82.7%(1744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89.4%가 ESG 도입에 전혀 또는 거의 준비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일부 준비됐거나 상당 부분 준비됐다는 기업은 10.7%에 그쳤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의 절반이 넘는 53.7%는 중소기업을 향한 ESG 도입 요구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물적·인적 비용 부담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글로벌 ESG 도입 경향에 따라 중소기업을 향한 요구는 늘었지만 그에 걸맞은 지원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처에서 ESG 관련 정보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업체는 12%로, 이를 요구한 곳은 대부분 대기업·중견기업(77.8%) 이었다.
반면 ESG 평가를 요구하는 거래처의 지원이 전혀 없었거나(52.8%), 약간의 지원이 있지만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은 사례(30.6%)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소기업들이 주변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ESG 요구에만 지속적으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대기업 평가 지표인 K-ESG 중 S(사회) 분야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로는 '협력사 공정거래 운영 노력'(42.7%)을 꼽았다. △'자사 임직원 근로환경 개선'(32.7%) △사회 부문 법규 준수(12.0%) △지역사회 공헌(7.3%)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국내·외에서 불고 있는 ESG 열풍이 중소기업에는 지나친 규제로 느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ESG 경영 능력이 부족한 현실적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정부·금융에서 동시에 ESG 도입을 추진하면서 혼란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발맞춰 이 같은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 실장은 ESG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 중소기업 순으로 자연스럽게 전파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정부와 시장의 전방위적인 ESG 전파로 인해 인적·자본적 여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훨씬 크게 다가오고 있다"며 "ESG가 중소기업에 비용으로 인식되는 만큼 비용에 대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ESG를 추진할 때 모든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가도록 추진하는 방향이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 방식이 아니라 정책 목표에 맞는 지원책을 함께 제시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