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위한 기업들의 대전환, 이미 시작됐다"

정인지 기자, 김영상 기자, 김평화 기자
2021.11.11 16:32

ESG 글로벌 로드쇼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 경영팀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1 ESG 글로벌 로드쇼에서 탈탄소로 바뀌는 산업지도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탄소중립은 더이상 '착한 기업'이 아니라 '모든 기업'이 해야 하는 의무다. 고탄소 제품은 해외 수출이 어려워지고 탄소배출권 등 추가 비용도 내야 할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1 ESG 글로벌 로드쇼'에서는 머니투데이와 은행법학회의 공동 주최로 '탈탄소로 바뀌는 산업지도, 대응방안' 세미나가 진행됐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기업, 투자자,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기탄없이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올해는 '탄소중립 원년의 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가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탄소국경세·CBAM)를 통해 수입 상품의 생산과정에서 배출한 탄소에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하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2050 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탄소중립을 고려해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AUM(운용자산)도 지난해 말 9조달러에서 올해 6월 43조달러로 급증했다. 미국 기후 관련 주주제안 건수는 2019년 35건에서 올해 1분기에만 55건으로 비약적으로 늘었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기업들의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며 "EU 택소노미(Taxonomy) 등 대기업에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가 늘어나고 있고, EU는 ESG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실사)에 대한 입법안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녹색 금융 상품도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녹색채권과 탄소배출권이다. 다만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막기 위한 외부 검토기관 활용, 중소기업의 녹색채권 발행 지원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외부검토기관 등록제도를 통해 녹색채권 평가 전문성을 강화하고, 보고서 요건을 마련해 품질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탄소배출권 시장은 2015년에 시작됐지만 올해 들어서야 금융기관들의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시장조성자를 늘리고 증권사 자기매매를 허용했다. 내년에는 증권사의 위탁·일임매매를 허용하고 2023년에는 선물거래까지 개방할 예정이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전략기획부 ESG경영팀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할당 기업 외에는 배출권 거래시장 참여가 불가능해 기업이 탄소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활용하기 어려웠다"며 "기업은 내부 감축 외에도 외부 감축 및 탄소 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활한 ESG 투자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ESG 공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승영 한국외대 교수는 "투자자가 정보에 근거한 투자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ESG 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의 경영진단 및 분석의견(MD&A)을 통해 ESG 관련 사안을 공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중소기업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89.4%가 ESG 도입에 전혀 또는 거의 준비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강형덕 중소기업중앙회 제조혁신실장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 중소기업 순으로 자연스럽게 전파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규제보다는 정책 목표에 맞는 지원책을 함께 제시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회에서는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 문혜숙 KB금융지주 ESG전략부장, 김훈태 포스코 ESG그룹 그룹장이 ESG에 대한 오해와 실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원 위원장은 "ESG 자체가 국민연금의 투자 목적이 아니"라며 "ESG를 통해 기업을 보다 정확하게 알고 투명하게 알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부장은 "은행이 중견기업과 함께 ESG 정보 공개에 대한 고민을 나누려고 한다"며 "금융과 산업이 함께 ESG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그룹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ESG를 투자 판단 요소로 삼으면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ESG도 하나의 재무 정보로 통합돼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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