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이 진짜 두려워 하는 것…증시에 강펀치 날린 이유[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2.08.29 06:15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내 발언은 더 짧을 것이고, 내 초점은 더 좁을 것이며, 내 메시지는 더 직접적일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26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연설을 시작하며 한 말이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역대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비해 이례적으로 짧은 8분 동안 집중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발언 중 핵심은 2가지였다. 첫째는 "더 높은 금리와 성장세 둔화, 약화된 고용시장 여건은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겠지만 동시에 가계와 기업에 얼마간의 고통을 안겨줄 것"이란 점이다.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물가를 떨어뜨려야 하는 이유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데 실패하는 것이 (금리 인상에 따른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이기 때문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둘째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고 "역사적 기록들은 너무 이른 정책 완화를 조심하라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로 이날 미국 증시 3개 지수는 모두 3% 이상 급락했다. 특히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4% 가까이 추락했다.

증시 급락은 9월 20~2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가 0.7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반대로 파월 의장의 연설 뒤 CME(시카고상품거래소) 금리 선물시장은 9월 FOMC에서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전날 64%에서 61%로 오히려 더 낮게 반영했다.

증시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랠리의 근거였던 '올해 말 금리 인상 종결, 내년 6월 금리 인하 시작'이란 기대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에 따른 고통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불행한 대가"라고 언급한 만큼 경기가 침체 조짐을 보인다 해도 금리 인상을 중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또 이른 통화정책 완화의 위험성을 지적한 만큼 금리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높이 올라갈지 알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반 정책 전환 연설"이라고 요약했다. 금리 인하로의 통화정책 전환을 정면으로 반박한 연설이었다는 설명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토마스 매튜스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연준은 통화정책을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본다"며 "이는 연준이 당분간 시장에 역풍이 될 것이란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파월 의장은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을 알고서도 왜 이렇게 짧고 강력한 매파적 메시지를 던진 것일까.

2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는 연준이 6월과 7월 2번 연속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갈 때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고 거듭 밝혀도 시장이 이를 완화적인 메시지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증시는 지난 6월 FOMC 하루 뒤인 6월16일 급락했으나 이날 저점을 형성하고 다음날부터 서머(여름) 랠리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WSJ는 이에 대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6월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이례적으로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 같은 인상폭이 표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시장이 긍정적으로 해석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또 파월 의장이 지난 7월27일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4%나 5% 위로 올릴 필요가 없을 만한 개선의 신호를 바라고 있다고 말하자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마음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 둔화의 고통까지 감수하겠다는 연준의 의도를 시장이 완화적으로 오인하는 것은 연준의 긴축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금리를 올려도 시장이 조만간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면 장기 국채수익률은 떨어져 금융시장 여건이 연준의 의도만큼 긴축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6월 FOMC 전날인 6월14일 3.5%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했으나 이를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이달 초에는 2.5%대까지 내려갔다. 이후 다시 슬금슬금 올라가 현재는 3%대를 넘어섰다.

둘째는 인플레이션이 경제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6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최한 연례 경제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전과) 매우 다른 힘들이 경제를 이끌고 있다"며 "우리가 이전에 살았던 것과 비슷한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WSJ는 지난 24일 기사에서 파월 의장이 언급한 3가지 힘을 세계화의 후퇴, 노동인구의 감소, 에너지 공급 부족 등을 꼽았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과 중국간 갈등 심화로 세계에서 가장 생산비가 싼 곳에서 제품을 만들어 세계 어디에서든 팔았던 세계화가 후퇴하면서 생산비 상승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둘째,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 이민 제한 등으로 노동인구가 줄고 있어 인건비 상승 압력이 높다는 점이다.

셋째, 기후변화를 이유로 신재생 에너지로 투자가 집중되며 원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제는 신재생 에너지가 화석연료에 비해 가성비는 크게 떨어지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큼 빠르게 늘지도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만성 에너지 공급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이런 구조적인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을 더욱 더 조기에 진압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될수록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올라가 연쇄적이고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으니 급여도 그만큼 올려야 하고 임대료도 더 인상해야 한다는 식의 기대 심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지금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인플레이션에 쏠려 있는데 이는 오늘날 특히 위험하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수록 인플레이션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찰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파월 의장의 연설은 "연준과 싸우지 말라"는 뜻이라며 "시장은 연준과 싸우려 시도했는데 '우리가 하려는 일에 맞서는 것은 잘못'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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