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만년 적자' 아이진, 320억 전액 연구개발 투입

김한결 기자
2025.09.23 08:39
[편집자주] 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더벨'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만년 적자' 바이오 기업 아이진이 또다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다. 32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전액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쏟아부을 계획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진은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3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1620만주다.

오는 10월 27일을 신주배정기준일로 확정했다. 이후 12월 1일부터 이틀간 구주주 청약을 진행하고 실권주가 발생하면 12월 4일부터 일반공모에 나선다. 최종 주금 납입일은 12월 9일이다.

신주 발행가액은 두 번에 걸쳐 산정해 더 낮은 금액으로 확정한다. 주가 하락 시 최종 조달 금액이 예정된 321억원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할인율은 과거 유증 사례 평균(25%)보다 낮은 20%를 적용해 주주가치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구주주에게는 보유 주식 1주당 0.5994920748주를 배정하며 배정받은 신주인수권증서는 11월 13일부터 5거래일간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다. 배정 물량의 20%까지 추가로 청약할 수 있는 초과청약 기회도 부여해 실권주 발생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조달하는 순수입금 320억원은 회계상 전액 운영자금으로 분류됐다. 세부내역은 100% R&D 비용이다. △수막구균 접합백신(EG-MCV4) △재조합 보툴리눔 톡신(EG-rBTX100) △황반변성과 당뇨망막증 치료를 위한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EG-AAV) △코로나19 백신 등 4개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및 연구개발에 투입된다.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곳은 수막구균 백신 'EG-MCV4'다. 2027년까지 2년간 임상 2/3상 수행 및 라이선스 비용으로 총 88억원이 책정됐다. 그 뒤를 이어 황반변성 등 유전자 치료제 'EG-AAV' 개발에 56억원, 재조합 보툴리눔 톡신 'EG-rBTX100'에 4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회사의 재무구조다. 아이진은 mRNA 및 AAV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백신과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최대주주는 한국비엠아이로 지분율은 21.48%(580만5137주)다.

아이진은 연결 기준 2022년 240억원, 2023년 270억원, 2024년 1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최근 3년간 645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회사의 유동비율은 282.82%로 2022년 말(1399.12%) 대비 급격히 악화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아이진의 곳간은 부족하지 않다. 아이진은 2021년 주주우선 공모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중 219억원, 2023년 제3자배정 유증 자금 중 68억원 등 총 287억원을 아직 사용하지 않고 예금으로 보유 중이다.

아이진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당장의 자금난 때문이 아니라 2~3년 뒤 본격화될 대규모 임상 비용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차원이다. 아이진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만 내년부터는 막대한 자금이 파이프라인별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이진 관계자는 이어 "최대주주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증자도 검토했으나 주주들과 함께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성장의 과실을 나누기 위해 주주배정 방식을 택했다"며 "최대주주 역시 120% 초과 청약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 유상증자가 오버행(잠재적 매물) 이슈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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