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0년물 국채 금리가 한국을 추월한 이후 한일간 금리 차이가 꾸준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채, 금과 함께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일본 국채에 대해 시장이 갈수록 한국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한 것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장 최종 호가 기준 2.766%로 전일 대비 0.1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이날 일본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3.214%)를 감안하면 45bp 차이가 난다. 지난 3월 17일 일본 30년물 금리가 장중 2.638%로 한국(2.606%)을 3.2bp 차이로 근소하게 추월하며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이후 일본의 금리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며 수요가 약할수록 높아진다.
3월17일 이후 일본 30년물 금리는 57.6bp 급등한 반면, 한국은 16bp 소폭 상승에 그치면서 양국 간 격차가 확대됐다. 한국 30년물은 4월 말 2.454%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뒤 5월과 6월 2.6~2.7%대를 유지했고, 7월 이후 2.7~2.8%대로 소폭 상승했다.
일본 30년물 금리는 9월 말엔 3.1% 선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로 다카이치 사나에 중의원이 선출되면서 시장이 보다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됐다. 신임 다카이치 총재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비슷한 정책 지향점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여자 아베'로 불린다. 다카이치 총재는 확장 재정과 통화완화를 동시에 추진했던 아베노믹스를 재연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확장 재정은 국채 대량 발행을 의미하는데 통화완화까지 더해지면 엔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개연성이 커진다.
실물경기 모멘텀만 놓고 보면 일본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은 2026년까지 플러스 성장갭(실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회)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한국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흐름이 예상된다. 한국의 채권 수요를 뒷받침하는 이슈로는 오는 2026년 4월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꼽힌다.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이 한국 채권 시장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만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격차는 여전히 크다. 한국 회사채 무보증 3년물의 경우 AA- 등급은 2.992%인 반면, BBB- 저신용등급은 8.840%로 8%선을 웃돈다. 저등급일수록 자금조달 부담을 벗어나기 어려운 셈이다.
일본 장기 국채 금리가 올해 4분기에서 내년 1분기 사이 고점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잠재성장률을 고려하면 확장 재정 명분이 2012년 아베노믹스 시기보다 약하다"며 "적극적 재정정책 시행 전망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세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경기가 좋은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 확대 명분이 약하면 실제로는 국채를 대량 발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