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같은 3년 만기 구간에서도 신용프리미엄이 최대 3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에 따라 기관 투자자들이 선별적 매수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동일 등급·전망 구간에서 50%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받는 기업도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NH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KT의 3년 만기 회사채 개별 민평 스프레드(격차)는 33.2BP(1BP=0.01%포인트)로 나타났다. 개별민평 스프레드는 개별민평 금리에서 동일 만기 국채 금리를 차감한 값으로 시장에서 신용 프리미엄으로 통용된다. 개별민평 금리는 민간 채권평가사가 신용도, 업황, 재무 등을 반영해 산출하는 적정 금리다.
KT의 등급은 AAA이고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다. KT는 다음달 4일 발행을 목표로 3년에서 20년까지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는 동아쏘시오홀딩스는 개별민평 스프레드가 111.8BP로 뛰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등급 전망이 '안정적'이지만 신용등급이 KT보다 낮은 A등급에 머물러 있다.
3년 만기 발행을 추진하는 다른 기업들도 격차가 나타났다. AA- 등급 내에서도 전망이 '안정적'인 코웨이는 개별 민평 스프레드가 51.4BP였다. 반면 AA- 등급 가운데 '부정적'인 SK지오센트릭은 72.2BP로 뛰었다. 코웨이 대비 약 40% 높다. 시장이 SK지오센트릭의 등급 하향 가능성을 선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AA 등급 LG에너지솔루션은 3년물 개별민평 스프레드가 50.9BP로 안정적인 반면, A급 HL홀딩스는 118.9BP에 달했다. HL홀딩스는 LG에너지솔루션 대비 두배 넘게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같은 A+ 등급에 안정적 전망인데도 LS전선은 66.4bp에 그쳤고 롯데지주는 103.4bp로 뛰었다. 같은 만기·같은 등급 같은 전망에서 50% 넘게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거시경제 불확실성, 시중 유동성의 증시 쏠림 등을 의식해 채권에 보수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금리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확대됐던 스프레드가 진정되고 있고 국고채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도 제한적이란 시각에서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의 추가 하향 안정화 확인되면 신용 스프레드도 축소할 것"이라며 "국고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 가능성 제한적으로 캐리(이자수익) 확보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대외 리스크와 국내 통화정책 요인이 혼재되면서 금리 상하단이 좁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국내 채권시장은 대외 불확실성과 대내 통화정책 안정 요인이 교차하는 국면에 놓일 전망"이라며 "관세 정책의 급격한 강화 가능성이 일단 완화되었다는 점에서 금리 상단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미국 재정 리스크와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이 하단을 제약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