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시장구조를 정립할 것으로 관심을 끈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논의가 또다시 불발됐다.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법안 전체 논의가 발목 잡혔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9일 국회에서 금융위원회와 당정협의회를 열어 미국-이란전쟁에 따른 환율·증시 영향을 점검하고 추가경정예산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은 의제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지난 5일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중동 정세가 악화하며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올 6월로 다가온 지방선거까지 겹치면서 상반기 국회 본회의 통과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연내 입법도 불투명해졌다는 비관적 전망을 제기한다.
국회 안팎에선 입법 논의가 답보에 빠진 원인으로 지난 연말 금융위가 제안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조항을 거론한다. 정부안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쟁점이 뒤늦게 추가되면서 입법 동력을 급속도로 약화시켰다는 시각이다.
지분규제론을 겨냥한 야당의 반대도 부담 요소다. 법안심사의 첫 문턱인 국회 정무위원회는 위원장을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의원이 맡아 여당이 법안처리를 강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일 당내 정책 세미나에 서면축사를 보내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기계적 지분 상한제 도입은 산업 경쟁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김상훈 국민의힘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장은 "예기치 못한 정부안이 등장하면서 업계가 혼돈에 빠졌다"며 "당초 금융위원회 원안에 없었던 내용이 보이지 않는 윗선의 힘으로 포함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부정적 기류는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에서도 감지된다. 조사처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EU(유럽연합)·홍콩·싱가포르 등 주요국의 가상자산거래소 규제 체계에선 대주주 지분율을 제한하는 규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글로벌 정합성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보고서에는 지분 분산과 거래소 운영 투명성 사이의 인과관계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담겼다. 대주주를 겨냥한 지분율 제한 규정이 경영권 상실을 초래하는 구조일 경우 재산권 침해 강도가 중대하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클래리티(CLARITY)법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촉구로 입법 동력을 다시 얻은 가운데 국내 입법 논의가 좌초돼 당혹스럽다"며 "규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국내 자본·인재 유출이 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