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투자증권이 계열사인 다올저축은행으로부터 수천억원대 부당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우회 지원 과정에서 여러 증권사가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은 상호저축은행법에서 가장 엄격히 다루는 대주주 지원 문제와 관련이 있어 혐의가 입증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위해 신용을 공여해 발행한 전자단기사채(전단채)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거래되지 않자, 다올저축은행의 랩 계정을 통해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저축은행은 여러개의 증권사에 랩어카운트 또는 특정금전신탁 계정을 만들고 수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다올투자증권의 전단채와 ABCP 매입 용도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증권사 한 곳당 수백억원씩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올투자증권이 자회사 다올저축은행(지분율 지난해 말 기준 61.10%)의 자금을 우회적으로 지원받았다면 상호저축은행법에 저촉된다. 상호저축은행법에서는 저축은행이 대주주나 계열사에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다올저축은행의 자금을 융통하도록 계정을 연 증권사는 iM증권을 비롯해 여러 곳이다. 일반적으로 랩을 통해 계열사 간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어 관련사 역시 조사받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계열사 A가 발행한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을 계열사 B가 인수하는 경우, 유통 중인 A사 발행 유가증권을 계열사 B가 매입·매도하는 경우 등은 모두 이사회 의결과 공시의무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랩어카운트의 수익자인 다올저축은행, 계열사 지원을 받은 다올투자증권, 고객인 다올저축은행의 요청에 따라 계열사 자산을 편입한 증권사 등 여러 당사자가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상호저축은행법에서 가장 엄격히 다루는 대주주 부당지원 문제는 과징금이 수백억원에 이를 수 있어 업체들의 적자 전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진 시점은 단기 자금이 융통되지 않아 유동성 위기가 촉발된 2022년이다. 당시 레고랜드 코리아 건설을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했고 아이원제일차에서 ABCP를 발행, 이를 보증한 강원도청이 회생 계획을 밝히면서 상환여력이 없는 아이원제일차가 부도 처리됐다. 이런 우려 일파만파 커지면서 단기채권 시장의 거래는 빠르게 감소했다.
실제로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이후 다올투자증권의 단채기와 기업어음 미상환 잔액은 늘고 이자율은 높아졌다. 다올투자증권의 기업어음·단기사채 미상환 잔액은 2022년 6월 말 7900억원에서 그해 말 8420억원으로 반 년 새 520억원 증가했다. 2022년 말 미상환 잔액은 지난해 말(6788억원)에 비해서도 약 1700억원 많은 수준이다. 다올투자증권의 단기채 금리는 2022년 하반기 동안 최대 4.3%에서 7.55%까지 급등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고, 조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올투자증권은 2023년 황준호 전 다올저축은행 사장을 대표이사로 맞았다. 황 대표는 대우증권 부사장과 다올투자증권 그룹전략부문을 지낸 이력을 바탕으로 PF 부실위기 극복에 대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주목받았다.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지난 17일 다올투자증권의 주가는 하루만에 11.2%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