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 관련 국회 논의가 일시 중단되면서 일단 업계는 한숨을 돌렸지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단 우려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지분 제한 규제는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규제 필요성과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추후 관련 논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주주 지분제한 규제 등이 담긴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지난달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올라가지 않으면서 관련 입법 진행이 지연될 전망이다. 당초 여당은 올 1분기 내 법안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지연이 불가피하다. 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쟁점으로 떠오르며 여야 간 입장 차이를 확인한 데다 지방선거 일정까지 더해지며 상반기 내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 입장에선 법안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있는 셈이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최근 네이버파이낸셜과 합병을 추진 중인 두나무가 포괄적 주식교환 일정이 약 3개월 연기됐다고 공시하자 대주주 지분 제한 등 규제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지분구조 계획을 수정할 것인지' 묻는 주주 질의에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현 단계에서 추진 중이지 않다"며 "기존 안대로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논의단계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오 대표가 직접 나서 우려를 잠재웠으나 법안 논의 과정에서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입법조사처(입조처)는 최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무엇이 쟁점인가' 보고서에서 법안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입조처가 보고서를 통해 입장을 낸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입조처는 보고서에서 대주주 지분제한 관련 "다양한 쟁점이 제기되는 건 지분제한 규율의 필요성과 그 설계방식에 대해 사회적으로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 규율의 목적과 기대효과를 보다 명확히 제시하고 지분제한의 필요성과 작동 방식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헌법상 재산권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의결권 제한이 아닌 소유제한이 필요한지, 대주주 적격성 요건이나 내부통제 기준·이해상충 방지 의무 등 사업자 진입과 지배구조·영업행위에 대한 규율로 가능한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급입법 금지 원칙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헌법은 이미 완성된 법률관계를 사후적으로 변경해 재산권을 박탈하는 소급입법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지분제한 근거로 내세운 대체거래소 등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 규율과 비교 가능한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입조처는 "시장안정과 이용자 보호 등 공익 목적을 전제로 일정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나 산업계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다양한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며 "전문가·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규율 방식과 적용방식을 정교화하고 투명한 논의를 통해 제도 예측 가능성과 수용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