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전으로 3월 내내 글로벌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에 빠진 사이 국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상품을 집중 매수했다. 전쟁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이에 따른 고수익을 노린 셈이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3월2일~4월1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은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디렉시온 반도체 3X ETF(상장지수펀드)로 한달 새 17억59311만달러(2조6281억원, 3월 평균환율 1493.8원 적용)을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미국 반도체 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지수를 3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3배 레버리지 ETF다. 직전 1개월 동안 3억3877만달러(5060억원) 순매도를 보였지만 이란전 이후 매수 규모가 급증했다.
이어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ETF도 3억445만달러(514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미국 나스닥100 지수의 일일 등락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또 MSCI 한국25/50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MSCI한국3X도 2억2003만달러(3292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밖에 나스닥100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울트라와 금광 관련주를 3배 추종하는 마이크로섹터스 골드마이너3X,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테슬라2X 등이 레버리지 상품 6개가 10위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순매수 금액은 3조8460억원으로 4조원에 육박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증시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반등 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 순매수가 KODEX 레버리지에 1조원 이상 몰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예상과 달리 미국-이란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의 손실도 불어나고 있다. 이 기간 디렉시온 반도체3X 주가는 23.7% 급락했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도 16.9% 하락했고 디렉시온 MSCI한국3X는 51.4% 급락하며 반토막이 났다.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점도 부담이다.
종전 기대감이 확산됐던 최근 시장 분위기와 달리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욱 강경한 모습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이 또 한번 출렁이며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일 이란 협상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며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감을 형성했지만 이날 연설에서는 2~3주간 강도 높은 공격 가능성과 이란 경제, 산업 기반을 무력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이를 고려할 때 현 국면의 즉각적인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경고도 지속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 거래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며 투자에 유의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단일상품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앞두고 업계에도 투자자 보호를 당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의 경우 리스크 헷지 등을 위한 보조적인 투자 상품으로 이용해야 하는데 국내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레버리지의 변동성은 더욱 커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